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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진희 기자

원·엔 환율 900원 붕괴…산업계 '빨간불'

  • 입력 2015.04.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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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업계, 가격 공세 강화 우려
조선·해운업계도 가격경쟁력 약화 전망

 

원·엔 재정환율이 한때 100엔당 900원선 아래로 떨어지자 국내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동차, 조선, 해운업계 등은 가격 경쟁력 저하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일본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동차 부문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3년 자동차 부문의 한·일 수출 경합도는 0.707이다. 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같은 품목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엔저에 힘입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지난 2월 2014 회계년도(2014년4월~2015년 3월) 매출이 27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또 영업이익 2조7000억엔, 영업이익률 10.0%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분인 2000억엔 중 87.5%에 해당하는 1750억엔이 도요타의 자체 기준 환율 조정(109엔 → 115엔)에 따른 환차익으로 발생한 것이다. 닛산, 혼다 등 다른 일본자동차 업체도 경영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판매 확대와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 자동차 업체의 공세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2005~2007년 엔저 기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인센티브 강화와 수출 확대 등을 통해 양적 확대를 추구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은 이번에는 엔저를 활용해 안정적인 성장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일본업체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여 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원가 절감과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에코쉽 등을 내세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일본 조선업계는 합병·공동출자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키운 뒤 엔저를 기반으로 국내업체들과의 가격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는 지난 1월 한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기본 통화가 달러이기 때문에 엔저가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엔저로 일본 조선업체와 해운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용선시장에서도 일본 업체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일본 해운업체가 엔저로 용선비용이 낮아지자 자국 조선업체에 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대거 발주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국내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도 엔저에 따른 일본 해운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엔저로 일본 해운업계의 금융비용 등이 낮아지고 있다"며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 업체들은 통화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며 엔저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엔, 달러, 유로 등 특정 화폐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통화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에 포진한 글로벌 사업장은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환율 급변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도 "미국 뉴저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국 북경, 싱가포르 등 LG전자의 해외 금융센터를 포함해 전사적 차원에서 엔저에 따른 위험을 선제적이며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일 교역량이 크지 않거나 달러로 주로 거래하는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 등은 엔저 현상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어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정유업계는 엔저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유 수입이 달러로 이뤄지는 데다 대일 수출과 수입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의 일본 수출 비중은 11.1%이며, 수입 비중은 7.3%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엔저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수요, 역외 설비 증가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 제품을 수출할 때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저로 수익성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 수입이 달러 베이스로 이뤄지고, 대일 수출과 수입 비중이 크지 않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체의 경우 나프타 국제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엔저보다는 원·달러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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