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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 기자명 박창석 기자

<기자수첩> '늙어보면…' 늙음에 대한 고찰

  • 입력 2016.04.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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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횡단보도를 한 노인이 느리게 건너간다. 큰 키에 등이 약간 휜 노인은 신호등 점멸신호가 깜빡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느릿느릿 걷고 있다.
 
한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으니 그 세월의 무게가 얼마나 컸겠는가?
 
노인의 처진 발걸음이 세월의 무게 탓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신호대기 중이던 차가 크게 경적을 울린다.
 
그런데도 노인은 경적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이 노인에게는 횡단보도의 길이가 마치 한 평생의 길이나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늙는다.’는 것은 ‘외로워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로우면 뭐 어떤가? 인생이란 어차피 외로운 것인데, 외로움을 아픔으로 받아들이면 그 통증이 멈출 날이 없지만, 외로움을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면 그것은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이 될 뿐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외로움을 통증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비결이도 터득한다. 그냥 아침에 눈을 떠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젊을 때 삶이 바깥살림의 삶이라면, 늙어서는 안살림의 삶이 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의 시간이 생존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늙어서의 시간은 존재를 위한 시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안을 보면 스스로 평온해지지만 밖을 보는 사람들은 더욱더 외로워질 뿐이다.
 
‘늙었다는 것은 안을 키우는 시간을 의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라. 마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할 때이다.
 
늙는다는 것은 길고 힘들고 또한 한때 행복했던 인생을 향해 웃음지어 보는 것이라는 것을 어르신들은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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