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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약남발이 나라살림 부도 낼 수 있다

  • 입력 2012.02.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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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복지공약’을 놓고 정부와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무분별하게 터져 나오는 선심성 복지공약의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고 나섰다. 정부는 복지 태스크포스(TF)팀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복지공약에 대한 재정적 가능성을 분석한 것이다. 정치권의 복지정책 요구를 무턱대고 그대로 수용할 경우 정부재정 파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복지 부문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공약들을 분석한 결과 소요재원이 사회간접자본(SOC), 중소기업 지원 등을 제외하고 순수 복지부문 공약들의 소요재원만 매년 43조~67조원으로, 5년간 220조~340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두 당이 내놓은 복지공약 중에서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은 단일 항목으로 계산된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총예산은 325조4천억원이다. 그 중 복지 예산이 92조6천억원으로 가장 많다. 기획재정부 추산대로 정치권의 복지 공약이 실행되면 당장 내년부터 복지예산은 46~72%, 전체 예산은 13~21% 늘어나야 한다.

여야 정당이 내놓은 복지공약들 가운데 군 장병 월급을 현재 9만여원에서 40만~5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있다. 매년 1조6천억원이 들어가는 공약이다. 소득 하위 70% 계층의 대학 등록금을 반 값으로 해주겠다는 공약에는 연 2조원이 새로 필요하다. 기초수급자의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에는 4조원 이상 소요된다. 그리고 5세 이하 전면 무상교육, 초·중·고교 아침 무상급식, 그리고 청년의무 고용할당제, 비정규직 임금 상향 등 부지기수다.

이번 기획재정부 복지 태스크포스(TF)팀은 공약 점검으로 나라의 곡간을 지키는 기능과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의지이다. 올해 양대 선거에서 선심성 복지 경쟁이 치열하게 되고, 세금이 충당되는 공약이 지속적으로 불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철에 각종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데 대해 복지TF를 통해 공약사업을 집행할 자금이 있는지 꼼꼼히 짚어보고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점검에 대해 각 정당은 “정당이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무모할 정도의 정책 공약을 만들지 않는다”, “기존 정치권의 공약을 검증하는 차원의 분석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공약은 합의된 것을 발표하는 게 아니고 당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자율성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정치권의 공약들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수준이며, 한정된 재원 여건에서 정제되지 않은 복지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오히려 꼭 필요한 서민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들을 현재 재정 수준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대폭 올리든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예산을 충당하려면 재정개혁으로는 안되며, 복지 예산을 늘리기 위해 다른 예산부문의 지출을 줄이기도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을 지키는데 필요한 43조~67조원을 세금으로 충당하려면 국민 모두가 세금을 한꺼번에 20~30%씩 더 내야 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복지 공약만으로도 나라의 재정이 거덜날 판인데 정치권의 선심경쟁은 총선과 대선이 임박할수록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더라도 현재 33%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2050년 137%로 늘어날 것으로 조세연구원은 추산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나라도 국가채무가 GDP 대비 120~160%에 이른 이탈리아나 그리스 꼴이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행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재정이 어려운데, 새로운 복지수요가 훨씬 더 늘어난다면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이미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재정 부담이 현세대보다 2.4배나 더 많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이 당장 눈앞의 득표를 위해 복지 부담을 다음 세대까지 짊어지우겠다는 것인지. 나라 빚을 내서 후손에게 떠넘기는 것이야 말로 황당하고 무모한 위험이다. 복지지출로 향후 5년 동안에 국가부채가 수백조원 늘어나게 된다면 당장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이 ‘투자위험 국가’ 명단에 오르게 되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화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과 금리는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질 수박에 없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발표한 선거공약의 비용 부담을 추정해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복지공약 남발로 장차 국가재정이 재앙으로 닥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치권의 복지정책을 요구대로 수용할 경우 재정파탄으로 국가가 빚더미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치권 공약 중에 원칙에 맞는 내용은 함께 검토하고, 대차대조표를 토대로 실천 가능성 등을 따지고, 구체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반드시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정치권에 제안했다. 각 정당은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려면 현실성 있는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복지공약을 발표할 때 재정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지금 정부의 복지공약 점검발표는 유권자가 충분히 검증된 정보를 갖고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인다. 나라살림을 맡은 부처로서 당연하며 잘하는 일이다. 그게 곧 국민이 ‘묻지마 공약’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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