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수첩
  • 기자명 이상복 기자

<기자수첩> 받아쓰기 잘하는 기자는 과연 누굴까

  • 입력 2012.03.13 16:08
  • 댓글 0

지난 일요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막전 행사를 취재하느라 현장에 갔던 A기자의 주차차량이 훼손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그 다음날 현장 확인을 나갔다가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최근 언론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경찰 관할구역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여기가 남부경찰서 관할인가, 아니면 중부경찰서 관할 구역인가부터 확인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용경기장 안의 관할경찰서가 2개인 것. 출동 나왔던 경찰 역시 "글쎄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요…"라며 말끝을 흐린다. 결론은 경찰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할 자치단체 지방세 세수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지방세 수입부분이 상당해 남구의회와 중구의회가 경기장의 명칭을 가지고 각각의 입장 성명을 발표한 것도 엊그제 일이니까…

요즘 총선 출마 후보자들도 인천시를 비롯 군·구청을 통한 각 단체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홍수처럼 내고 있는 보도 자료를 보면 결론적으로 홍보성 기사가 많다. 지방의 어떤 기초자치단체는 보도 자료를 얼마나 많이 기사화 해 주었는지를 기준으로 행정 공고 및 광고게제 언론사로 지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관공서는 그 핑계를 일명 '받아쓰기 잘하는 신문'이라고 표현할 수 없으니까 ABC 발행부수를 거론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건 아니다.

일부 기자들은 홍보 담당자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런 기자들에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밤낮없이 뛰어 다니는 기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은가'라고 되묻고 싶다.

보도 자료는 말 그대로 보도를 위한 자료일 뿐이다. 일선현장 기자들이 최소한 사실 확인 정도는 해야 한다. 또한 '봉사단'이 '보사단'이라는 오타로 나온 보도 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그런 기자들은 더이상 할 말이 없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것처럼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지, 말로만 "나 누군데…"하는 시대는 과거로 흘러갔음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몇 일전 어떤 사람으로부터 기사제보를 받아 취재하는 과정에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뭔가 석연치 않고 확실하지도 않는 내용이 제보돼 확인 취재하다 보니 거꾸로 말을 한 것이 밝혀진 것. 보강 취재과정에서 왜 그런 제보를 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요즘 기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듯 도리어 나를 이상한 기자 취급을 하는게 아닌가. 왜 그럴까? 보도 자료를 받아쓰기만 하고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 일부 기자들의 습관이 들여져 있어서 그런가? 아니다. 그 제보자는 주변에 무슨 관변단체의 홍보담당자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도 자료를 주면 받아쓰기식으로 보도하는 것을 이용하려고 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제보자가 말하던 받아쓰기 잘 하는 기자는 누굴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