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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 기자명 김의택 기자

<기자수첩> 천안시청의 ‘이상한’ 산수

  • 입력 2017.02.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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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김의택 기자 = ‘천안하면 떠오르는 것 두 가지. 바로 천안 삼거리와 호두과자다. 특히 호두과자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으며 천안의 홍보에도 크게 기여한 효자 상품이다.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고려 공신 유청신은 묘목 3그루와 종자 5개를 가지고 환국하여 자신의 고향인 천안시 광덕면 내당리에 심고 그 이름을 호두라 지었다. 1934년 이 지역에서 제과점을 경영하던 조귀금씨가 호두를 첨가하고 그 모양을 본따 호두과자를 처음 개발했다. 먹거리가 귀했던 당시엔 호두와 카스테라의 조화가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만큼 일품이었고, 이후 철도 이용객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호두과자는 단연 천안의 명물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본 기자는 천안시청 본관 호두과자 판매점에 들렀다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을 겪게 되었다. 시청 본관 1층에 위치한 해당 판매점에서는 호두과자 8개들이 한 박스를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판매점에 들른 본 기자는 가족들과 함께 먹을 생각에 10000원짜리 한 박스를 구입했다.

그날 저녁 가족들이 모여 박스를 연 순간 본 기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0원에 8개라던 호두과자가 10000원짜리 박스엔 고작 24개뿐 이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산수만으로도 10000원어치의 호두과자는 총 40개여야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해당 판매점은 천안시청이 직접 운영하는 믿을 수 있는매장이었던 만큼, 판매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실수겠거니 생각하고 다음날 해당 판매점을 다시 찾았다.

헌데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본 기자가 10000원짜리 호두과자에 대해 묻자 판매점 직원은 “2000원짜리 박스에 비해 10000원짜리 박스가 더 고급스럽다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직원은 같은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항의를 수차례 받아왔지만 자신들은 시청에서 시키는 대로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제서야 매장 벽에 붙어있는 가격표가 본 기자의 눈에 띄었다. 가격표에는 간식용 82000, 선물용 2410000이라 명시되어 있었다. 상품 구입 전 가격표를 확인치 못한 본 기자의 부주의는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책정상의 이상한산수는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직원의 해명에 따라 다시 한 번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10000원짜리 호두과자의 포장비용이 무려 4000원이라는 황당한 계산이 나온다. ‘과대포장 금지라는 행정명령을 비웃듯 무시한 천안시의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또한 백번 양보해 포장비용을 4000원이라 치더라도 박스 외부에 호두과자의 수량을 표기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이는 소비자들이 당연히 40개가 들어있을 것이라 오해하게 만들어 10000원짜리 상품을 사가게끔 미필적으로 의도했다는 의심을 받을 우려가 있다. 시청차원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상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식적 바가지 요금을 씌어왔단 누명을 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작 호두과자 몇 알 때문에 이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본 기자에게 있어 이 문제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이것은 호두과자 몇 개로 시작된 공직기관의 신뢰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고 사소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통해 공직이라는 거대한 신뢰를 더욱 굳건히 쌓아가길 천안시청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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