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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기고
  • 기자명 영주경찰서 임병호 경감

<독자기고> 일본을 넘어 세계로

  • 입력 2017.04.03 11:16
  • 수정 2017.04.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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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사위 덕분에 지난달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이 싫었던 나는 후쿠오카 지역의 일본인 아파트를 4일 간 임대해 택시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니며 현지 주민처럼 일본을 피부로 느꼈다.

첫째 날, 숙소인 아파트에 들어온 나는 우리나라 아파트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구조를 느끼곤 나도모르게 이곳저곳을 우리나라 아파트와 비교하게 됐다.

면적이 작고 효율성 높은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인 만큼 작은 문들, 낮은 천장 등 집 구조자체가 작았다. 또한 화장실의 경우는 샤워실, 세면실, 용변실이 각각 분리돼 있어 3명이 동시에 사용가능할 수 있는 효율성을 보였다.

옆집과는 간소한 가림막으로만 차단이 돼있는 베란다의 경우, 화제나 지진을 대비해 빨래 건조대 외에는 물건을 둘 수 없도록 돼 있었다.

둘째 날, 관광일정에 따라 약 2㎞ 걸어서 하카다 역으로 갔다. 도로가 좁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주변에 주차해 둔 차량이 전혀 없어 주행하는 차량들은 시내에서도 속력을 높여 달리고 있었다.

또한 2차선 횡단보도에는 누구하나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철표를 끊어 플랫폼으로 향했다. 2명 이상이면 무조건 줄을 서는 일본인들의 습관을 눈으로 확인하는 동안 전철이 도착했다.

전철 내부도 우리나라 전철보다 협소했다. 동그란 손잡이는 어깨까지 내려오고, 좌석도 마주보면 무릎이 부딪혀 주행방향으로 앉았다.

셋째 날엔 기대하던 온천에 갔다. 옛날 목조 교실 마룻바닥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식 온천에 왠지 친근감이 묻어났다.

한 시간 가량 온천에 있는 동안 각 탕내 온도를 체크하는 직원과 청소하는 직원들이 오갔다.

헌데 신기하게도 모두 여성이였다. 사위가 미리 여성들이 오간다는 귀띔을 해주지 않았다면 놀라서 뛰쳐나올 뻔 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정말 다른 나라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그 와중에도 목욕을 마친 일본인들은 다음 사람을 위해 자신이 사용한 비누통을 정리하는가 하면 의자위에 바가지를 엎어놓음으로써 목욕이 끝났음을 표시했다.

귀국날 아침, 택시를 타고 공항을 향하며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길의 회사원들을 지나쳤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공부에 시달렸는지 피곤한 기색들이 역력한 학생들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였다.

회사 정문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조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는 회사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즐거웠던 사흘을 떠올려 보았다.

'일본, 뭐 별거 없군' 하며 호기롭게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한편으론 우리가 충분히 갖추지 못한 어떤 것들에 대한 부러움도 느끼고 있었다.

사회적 약속의 철저한 준수,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다. 

아직도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저해하는 3대 반칙행위인 생활  반칙, 교통반칙, 사이버반칙의 근절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그와 같은 시민의식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나’ 보다는 ‘우리’ 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반칙에 물들어있는 성인들에겐 각종 홍보, 교육, 단속을 통해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일본을 넘어 세계의 모범국가로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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