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이수한 기자= 이만수 전 감독 KBS 1TV ‘우리들의 공교시 시즌2’ 출연 소감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2014년을 끝으로 SK와이번스 감독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정확히 2년 7개월 전까지 저는 화려하게 보이는 프로야구 감독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지금 이렇게 일반 고등학생들과 운동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있을 줄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전국을 돌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터라 KBS 우리들의 공교시를 통해 배명고 학생들을 만나는 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프로선수들을 지도하던 내가 과연 일반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지도를 해야 하는 것인가? 대회 성적이 우선인가? 학창시절의 꿈과 희망을 찾아 주는 게 우선인가?’ 정말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47년간의 야구일지를 전부 다시 열어봤습니다. 지난 47년간 제가 어떤 생각으로 야구를 했는지 일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공부를 했습니다. 또 제작진에게 받은 학생들의 프로필을 살피고 한 명씩 분석을 하며 개별적인 지도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새로운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3월에 처음 훈련을 시작했으니 벌써 두달 여가 다 됐습니다. 20개 팀이 참가하는 서울시 대회에서 1위를 해야 전국 대회를 나갈 수 있는데요. 어쩌면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지난주에 예선 1차전을 했는데요. 프로 선수들도 카메라가 붙어 다니면 긴장을 합니다. 하물며 열 대가 넘는 카메라가 아이들을 팔로우 하다 보니 아이들이 평소와 다르게 긴장을 많이 하는 게 보였습니다. 평소 기량의 절반도 나오질 않더군요. 결과는 방송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지난 3월에 처음 만났을 때보다 배명고 학생들의 기량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수비에서 병살타 플레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고 가르치는 보람도 느꼈습니다. 

고3 투수가 심하게 흔들리고 실점 위기에 놓였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서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인생이 지금 상황이랑 똑같다. 내년부터는 너는 성인이다. 삶을 살면서 이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도 좋다. 스스로 한 번 지금 상황을 이겨내 봐라”

학생야구는 메마른 땅이 물을 흡수하는 것 같습니다. 기량이 좋지 않았던 아이들이 제가 요구했던 플레이를 제대로 해내고 순수하게 말도 잘 듣고, 어려움 없이 저한테 다가옵니다. 이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재밌습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너무 정들어서 3개월 후 헤어질 때 어떡하나 걱정입니다. 그래서 촬영이 없을 때도 수시로 방문해서 아이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줍니다. 

한 편으로는 마음에 걸리는 점도 있습니다. 엔트리는 정해져 있고 우승을 목표로 정식 대회에 참가하는지라 주전과 비주전이 나뉘어서 시합에 못 나가는 학생들이 있다는 겁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더 안아주려고 노력합니다. 더 많이 놀아주려고 합니다. 지금 비록 뛰지 못하더라도 이게 인생의 패배도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이겨내야 하는 순간임을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  5월21일 1시2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총 20회 동안 저와 배명고 아이들의 도전을 생생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어디까지가 우리 아이들의 한계일지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목표를 이룰 수도 있고 중도에 멈출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