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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거창韓 여름 연극 속으로!

 

거창군청 공보계 주무관 최영미
 

거창 수승대에서 펼쳐지는 ‘거창韓 여름연극제’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달 31일 저녁 8시부터 달물빛 극장에서 열린 ‘오케이 컷’ 작품을 감상해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반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영감이 노래한다.

성대 안에서 한이 굴러가는 듯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공, 실향민 한민국, 고향이 그리워 북방한계선을 넘으려다 국군에게 사살된다. 한여름밤 약간 추적하게 비가 내린 극장에서 난데없는 총성, 약간 으스스한 감이 몰려온다. 살짝 공포물인가? 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 개성만점 예술혼으로 무장한 영화감독 한대한이 등장하고 희극인지 비극인지 헷갈릴 정도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며 연극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6.25전쟁으로 고향도 가족도 잃은 한민국씨, 젊은 시절 능력있는 국정원 요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제법 많은 빨갱이를 만들어내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정원이 빨갱이를 잡은 숫자보다 만든 숫자가 많다’는 현재 국정원 개혁론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러나, 배부르게 먹고 등 따시게 살아온 삶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수는 없었다. 보고도 갈 수 없는 곳, 길이 있어도 디딜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은 한대한이라는 연출가를 만나 DMZ내에서 영화를 찍는 무모한 도전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대단했다. 젊은 사람들의 노인연기, 분명 토박이가 아닌듯한데 착착 감기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결정적으로 한민국의 한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고향이라는 개념이 무색한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조차 그의 그리움이 가슴속을 파고들만큼.
 
한대한 역할을 맡은 연출가 유철, 실제로 실향민 아버지를 두었다고 한다. “통일이 되면 뛰어서라도 가족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늘 말씀하셨고, 연극을 하는 아들에게 꼭 본인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해 주기를 바라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아포리즘을 자신의 연극 속에 녹여 냈지만,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아포리아는 진행형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오케이 컷’은 제35회 경남연극제 대상, 연기대상, 연출상 3관왕에 빛나는 작품이다.
 
이렇게 우수한 국내·외 작품들이 펼쳐지는 곳은 다름 아닌 명승 수승대다. 품 너른 덕유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줄기가 관객들의 더위를 앗아가고 맑은 물과 조촐한 누대와 정자, 듬직한 바위들이 어우러져 무대를 장식한다. 예로부터 맑고 아름다운 골로 손꼽혀온 안의삼동(安義三洞) 중의 하나인 원학동(猿鶴洞)에 앉아 연극을 감상해 보니 아비뇽이 부럽지 않다.

수승대는 지금 ‘거창韓 여름연극제’로 뜨겁다. 8월 13일까지 40개의 국내·외 초청작과 경연 참가작, 10개의 대학극제 참가작, 프린지 공연과 체험 부대행사가 풍성하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한여름밤 달빛 아래에서 펼쳐지는 연극과 함께 자신만의 한 줄 신화를 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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