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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뇌물로 변질된 재량사업비, 폐지하라!

  • 입력 2017.08.14 16:16
  • 수정 2017.08.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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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중국이나 한국 옛 선인들은 은유적으로 점잖게 에둘러 표현하기를 즐겨했다. ‘도둑떼의 소굴‘은 ‘녹림綠林(초록 숲)’으로 표현했다. ‘녹림호객豪客(초록 숲의 호걸 손님)’이나 ‘야객夜客(밤손님)’도 ‘도둑’을 말하며, ‘양상군자梁上君子(대들보 위의 군자)’는 ‘집에 들어온 도둑’이다.

요즘 일부 지방의회가 ’초록 숲의 군자들의 모임(?)‘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재량사업비(주민숙원사업비)로 연쇄 구속되거나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지방의원 등이 대거 기소됐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초대-3대의회가 1952년-61년까지 구성됐다가 5.16으로 해산된 후, 91년부터 다시 개원돼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 무보수·명예직을 표방했으나 ‘의회활동에 전념하는 능력 있는 인물‘을 뽑자는 취지로 유급으로 전환됐다. 의정활동 일수가 365일 1/4~1/5인데 전국 수천 명 지방의원에 연간 보수를 지급하자 ’공천경쟁’만 과열돼 ‘공천권‘을 행사하는 중앙정치인만 쾌재다. “당선되면 나올 유급 혈세가 미리 공천헌금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난리에 해외연수를 강행한 충북도의회에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광역의원의 ’유급보좌관 타령(?)’까지 꼴불견이다. 보좌관까지 친·인척 등에 팔지 않을까 우려하는 작금의 민심이다.
 
재량사업비까지 리베이트(뇌물) 수수 방편으로 전락해 폐지여론도 거세다. 익산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해 말, 성명에서 “2011년 감사원은 의회에 일정예산 편성권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지침 8조에도 명확히 규정했다. 불법·편법으로 편성해온 재량사업비를 폐지하고 주민이 결정·사용하도록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미 재량사업비 수사와 관련해 전·현직 도의원 2명을 구속기소 하고, 이들 의원을 통해 공사를 시행한 업체대표 3명도 구속기소 했다. 심지어 도의원과 업체 간 브로커 혐의를 받는 인터넷매체 전 본부장 K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의료기기, 태양광시설 등 재량사업비 공사업체들로부터 2억5천여만 원을 받아 일부를 도의원에 건넨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재량사업비’는 지방의원이 숙원사업과 민원해결을 위해 특정용도를 지정치 않고, 지방의원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해온 예산으로 도의원 1인당 약 5억5천만원, 시·군의원은 지자체에 따라 다르나 보통 1억 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주민 공공사업보다 경로당에 옥매트나 헬스 등 선심성이 많아 효율성은 떨어지고 마진만 커 리베이트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전주지검은 이달 2일, 도의원 2명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재량사업비 비리의혹으로 최소 5명 안팎 지방의원이 추가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전언이다. 검찰은 7일에도 도의회 의원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재량사업비를 특정업체에 집행해 주고 수천만원 리베이트를 받은 전 전주시의장을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재량사업비 수사와 관련해 전·현직 도의원 2명과 브로커 K모 씨, 업자 등 4명을 뇌물수수와 변호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공무원 1명, 다른 브로커 4명 등 11명도 불구속 기소해 총 15명이 기소됐다. 재량사업비로 발주한 사업을 특정업체가 맡게 한 후 공사비 일부를 지방의원과 브로커가 나눠 가진 사건으로 이번 기소 외에도 다른 현직 도의원 3명과 전주시의원 2명, 브로커 3~4 명도 추가 수사대상으로 알려져 일파만파다. 11일에는 도의원 소환조사도 이뤄졌다.

유독 전북에 관련 비리가 집중됐고, 뒷골목 건달이나 협잡꾼 수준의 행태가 지방의회에서 벌여져 도민들은 참담하다. ‘뇌물사업비’로 전락한 재량사업비는 주민숙원사업비가 아닌 ‘의원숙원사업비’가 아닌가 싶다.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가 열리면 얼마나 많은 비리가 밝혀질지 모른다. “도의회盜議會이자 복마전伏魔殿이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대표적 부정부패 온상으로 어떤 근거도 없는 재량사업비를 전면 폐지하고, 기 편성 예산도 삭감하라.”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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