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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저녁의 감정 / 김행숙

  • 입력 2018.02.05 11:19
  • 수정 2018.02.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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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감정

-김행숙

 

가장 낮은 몸을 만드는 것이다 

으르렁거리는 개 앞에 엎드려 착하지, 착하지, 하고 읊조리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계급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일어서려는데 피가 부족해서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현기증이 감정처럼 울렁여서 흐느낌이 되는 것이다, 파도는 어떻게 돌아오는가 

사람은 사라지고 검은 튜브만 돌아온 모래사장에 

점점 흘려 쓰는 필기체처럼, 몸을 눕히면 서서히 등이 축축해지는 것이다 

눈을 감지 않으면 공중에서 굉음을 내는 것이 오늘의 첫 번째 별인 듯이 짐작되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이제 눈을 감았다고 다독이는 것이다 

그리고 2절과 같이 되돌아오는 것이다

 

저녁은 사소해지는 것입니다. 온전히 저물기 위해 온전히 허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녁은 스미는 것입니다. 어둠에 공명하는 것입니다. 가장 낮은 계급과 한통속이 되는 것입니다. 흘려 쓰는 필기체처럼 나른하게 물드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 바람과 물이 서로를 구분하지 않기로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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