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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송호 시민기자

치과 과잉진료... '못' 막나? '안' 막나?

  • 입력 2018.02.06 13:36
  • 수정 2018.02.06 13:42
  • 댓글 2

의료 선진국처럼 과잉진료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내외일보] 송호 시민기자 = 치과 과잉진료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환자는 과잉진료를 의심하고, 치과의사는 일부의 문제고 환자의 오해라 주장한다. 두 평행선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치과진료는 환자의 영역이 아니라 치과 의사의 고유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환자는 치과의사를 믿고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을'의 위치가 되기 쉽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치료에 있어서는 '갑'이 되는 치과의사는 의료윤리를 준수하고 환자의 믿음에 신뢰에 반하는 치료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신뢰가 깨지고 있어 안타깝다. 치과의사 입장에서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나 과잉치료를 경험했다는 환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환자들은 치과마다 다른 충치 개수와 치료 비용의 차이에 과잉진료를 의심하게 되는데, 여기서 치과비용의 차이는 치과마다 다르게 진단한 충치 개수의 차이에서 주로 기인한다. 그런데 충치진단 개수의 다름을 치과의사들은 " 충치치료를 예방적으로 하는 분과 그냥 관찰만 하자는 치과의사들이 있거나 또는 초기 충치를 잘 찾는 치과의사들이 있기 때문에 충치 개수가 적게 나온 치과는 못 찾은 경우가 있어 그런 것이다"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환자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만 더 크게 한다.

충치는 무조건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치아는 법랑질과 상아질로 이뤄져 있으며 충치가 상아질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치료하는 것은 과잉진료라는 개념이 선진외국 치과에서는 보편적 가이드라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치과는 작은 충치도 예방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당당히 설명한다. 선진외국 치과의 충치치료 기준을 따르면 과잉진료 논란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치 치료의 기준을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충치 치료는 예방적으로 하는 것이 치과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잉진료 하는 치과의사들은 그런 점을 잘 이용해 지금도 환자의 치아를 돈 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충치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기는 외국에선 암묵적 또는 논문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한국 치과의사들은 그런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충치 치료 지침이 마련되어 치과치료 고유 영역이 환자들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과잉진료' 라는 단어만 나와도 치과의사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지도 모른다.

과잉진료를 말한다는 건 치과의사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양심 치과의사들 조차 쉽게 나서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 '과잉진료'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묻기도 한다. "충치 진단은 주관적인데 과잉진료의 기준이 뭐냐? 과잉진료의 통계가 있냐?". 그러면 치과의사가 아닌 기자의 입장에선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취재는 객관성 공정성을 고려하여 소극적 보도로 마무리 되는 게 현실이다. 양심 치과의사도 다른 동료 치과 의들에게 '과소진료'라는 생경한 용어를 들어 비판당하면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다.

치과 과잉진료 문제는 치과의사만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치과 과잉진료의 실태조사 및 객관적 통계조사다. 공신력을 고려하면 치과대학 교수들이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힘들다. 이런 상황이 수 십 년 동안 지속되어왔기 때문에 뜻 있는 치과의사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가 쉽지 않다.

최근 스위스에서 치과 과잉진료에 대한 통계가 나왔다. 과잉진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한국의 치과의사들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논문을 통해 여러 중요한 사실들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스위스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 협회의 치료 가이드를 따르고 있으며, 과잉진료란 충치가 치아의 겉 껍질인 법랑질을 넘어 치아의 상아질을 넘어서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이는 스위스 치과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치과 계에서도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다. 이렇듯 명확한 충치 진단과 시기가 정해지면, 과잉진료는 모호성을 벗어나 특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충치 과잉진료를 정의하면 논란은 사라져 버릴 것을 한국 치과 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려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제는 한국의 치과의사들도 노력해야 한다. 충치 치료의 기준을 정하면 과잉진료의 개념은 명확해지며, 한국 치과의사들이 걱정하는 '과소진료'의 개념 또한 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치과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도 해소되고 이런 모호한 치과 치료의 상황 속에서 독버섯처럼 환자의 치아를 망치는 그런 비 양심 치과의사들을 몰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행동 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치과는 충치치료비가 중요한게 아니라 충치 진단과 치료시기 치료계획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이 겁을 준다고 성급하게 치료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

둘째. 충치 진단은 2곳 이상의 치과 의견을 듣는 게 좋으며, 충치진단 개수가 많이 나오면 반드시 그 치과의 방사선 사진을 복사하시고 치료 계획서 또는 견적서를 챙기거나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보관하시면 과잉진료 예방에 도움이 된다.

셋째. 의료진이 방사선 사진 복사나 촬영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크니 다른 치과를 가는 게 좋다. 치과의사의 진단이 정확하다면 거부하거나 귀찮아 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과잉진료 치과는 환자의 복사나 자료 요구에 당황하는 특징이 있다.

환자에게 치과의사를 ‘믿어주세요’라는 공허한 설득보단 과잉진료의 문제를 인정하고, 치과치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치과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히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환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이 사회의 엘리트이며 지식인인 치과의사의 의무일 것이다. 끝으로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그린 서울 치과의 강창용 원장님께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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