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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극치 / 고영민

  • 입력 2018.02.20 11:34
  • 수정 2018.02.20 11:36
  • 댓글 0

극치 

- 고영민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 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녘,

고갯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당을 날아다니는 잠자리 떼, 흙을 물어 나르는 개미들, 다락방을 뛰어다니는 쥐들의 발자국소리,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는 황소, 묵정밭에서 돌을 고르시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굽은 등 너머로 소중한 사람의 소식을 전하러 달려오는 우체부……, 가장 작고 사소한 것들이 어울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극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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