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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변성기의 아침 / 유재영

  • 입력 2018.03.27 11:30
  • 수정 2018.03.27 11:32
  • 댓글 0

변성기의 아침 

- 유재영

 

창 열린 집을 지나

자작나무숲을 지나

아그배꽃 핀 아침

장수하늘소가

묵은 가지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혀가 예쁜 새들은

조금 전부터

울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맑게 금이 가는

공기들의 푸른 이동

지빠귀 분홍색 알은

내일쯤이면

무슨 소식이 있으리라

안개가 떠난 자리

채 식지 않은

은색 똥 몇 개

햇빛을 향해

우리가 남겨야 할

꿈처럼 누워 있다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시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유소년기입니다. 사춘기는 봄날을 닮았습니다. 모든 것들이 생동하고, 알 수 없는 힘이 넘쳐흐르던, 사방에 막 피어난 꽃들로 머리가 어지럽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보았던 영화는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 그 시절 듣던 음악들은 왜 그토록 가슴을 파고들었는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드라마틱하게 살고 싶었던, 세상의 잔인함을 잘 몰랐기에 미래를 낙관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왜 그때 더 많이 꿈꾸지 않았는지, 왜 그때 더 많은 시를 읽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그 모든 것들을 기록하지 않았는지……. 후회는 늘 나중에 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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