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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연두의 저녁 / 박완호

  • 입력 2018.04.25 13:53
  • 수정 2018.04.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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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의 저녁 

-  박완호​

 

    연두의 말이 들리는 저녁이다 간밤 비 맞은 연두의 이마가 초록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 연두가 또 한 연두를 낳는, 한 연두가 또 한 연두를 부르는 시간이다 너를 떠올리면 널 닮은 연두가 살랑대는, 널 부르면 네 목소리 닮은 연두가 술렁이는, 달아오른 햇살들을 피해 다니는 동안 너를 떠올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점에 닿을 때까지 네 이름을 불렀다 지금은,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려올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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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언제나 현재형입니다. 간밤에 비 맞은 연두가 더 푸르러지듯 기억은 시간을 입음으로써 더 선명하고 생생해지는 법입니다. 내 몸이 소멸되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점에 닿을 때까지, 어떤 이름은 씨앗처럼 내 몸에 뿌리를 내리고 내 온몸의 양분을 빨아들이며 자랍니다. 나날이 푸르러지는 기억……, 지나버린 사랑은 언제나 절정에 머물러 있는 어떤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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