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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입력 2018.05.29 11:19
  • 수정 2018.05.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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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곳에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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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로 한 날, 약속시간보다 일찍 약속장소에 나와 그를 기다린 적 있으시지요? 문이 열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서 뒤돌아보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나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곤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자주 실망으로 바뀌고 1분이 천 년 같이 느껴지던 그때……,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설렘의 순간입니다.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일. 기다리는 일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다는 걸 믿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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