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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변산에 ‘퇴계 이황’ 시비·동상을

  • 입력 2018.09.05 15:25
  • 수정 2018.09.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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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국장 고재홍

[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조선 대유학자인 퇴계退溪 이황(1501-1570) 선생 변산유람기가 주목받는다. 단양·풍기군수와 대제학을 지낸 퇴계는 안동시 도산면에서 태어났다. 1560년 선생이 세운 도산서당에서 독서·저술에 전념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쳤다. 제자로 임란에 경험을 징비록懲毖錄에 남긴 유성룡과 김성일·기대승 등 수백 명을 남겼다. 작고 후 제자와 후손이 준공한 것이 도산서원이다.
퇴계 선생이 올 연초 주목받게 됐다. 퇴계문집 별집에 남긴 한시로 쓴 변산유람기가 보도됐다. 도산서원 이동구(69) 별유사別有司(사무를 맡은 인물)가 10여 년 전부터 “변산에 가지 않은 분이 어떻게 유람기를 남겼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퇴계 선생은 6·25에 불탄 변산 최대사찰 ‘실상사’와 변산백미인 ‘직소폭포直沼瀑布(직연폭포直淵瀑布) 및 변산 최고봉인 508m 의상봉 별칭인 마천대를 각각 7자8행 56자 씩 168자로 유람기를 남겼다.
퇴계는 변산에 와 본 적이 없다. 전남 광산 칠계漆溪 김언거(1503∼1584) 친구가 퇴계가 단양군수 시절인 1548년 6월 풍영정시첩을 보내며 유람기도 보내자 운율에 맞춰 답서 시를 지었다. 퇴계나 칠계가 호에 계溪자를 쓴 것과 머나먼 길을 사람을 보내 시첩과 유람기를 보낸 것이나 퇴계가 답시를 주고 문집에 남긴 것만 봐도 보통 절친이 아니다. 김언거는 1560년 광주시 광산구 극락강 변에 풍영정豊詠亭을 세우고 유유자적했다. 풍영정시첩으로 봐서 정자를 세우기 전 풍영정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 같다. 여행이 일부 양반층 전유물일 때 남긴 한시다. “방안에서 누워 아름다운 산수를 유람하는 기록”이란 뜻의 ‘와유록臥遊錄’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퇴계 유람기는 실상사와 직연폭포, 마천대를 본 듯 생생하고 현실감 있다.
<實相寺南溪韻실상사남계 운>
千古名山斷俗埃 천고의 명산 속세 티끌을 끊었으니/君佳賞寄山隈 그대 아름다운 풍광 글은 산굽이(낭떨어지)에 남겨두네/水經寶地全然潔 물은 보지寶地(불지佛地: 사찰을 품은 곳)를 지나니 더없이 깨끗하고/雲向叢林別樣堆 구름은 총림을 향해 별난 모양으로 쌓였고/瘦竹微吟閒遶石 가녀린 대는 조용히 소리 내며 돌을 막고 둘러쳐 있고/淸尊高興晩登臺 맑은 술을 마시니 흥이 일어 늦게야 높고 평평한 곳에 이르렀다/從來造物嫌多取 여태까지 조물주는 많이 갖는 것을 싫어하니/莫把風烟騁逸才 세상을 쥐고 뛰어난 재주를 펼치려 마시게.
<直淵瀑布韻직연폭포 운>
白練橫飛翠障圍 흰 명주 옆으로 날아 푸른 장벽을 둘렀고/劈開山骨減雲肥 산 바위가 쪼개져 구름이 살찌는 것을 덜었구나/漲時河落深舂地 넘칠 때는 하천이 깊은 땅으로 떨어진 듯/急處雷奔下激磯 급한 곳은 번개처럼 돌을 내려치네/何許靈源連海窟 어디쯤에서 신령스런 근원이 바다 굴로 이어졌을까/幾多餘沫散林霏 무수히 남은 거품 수풀로 흩어지고/雄觀未遂罏峯勝 웅장한 향로봉 승경을 구경 못했으니/且向玆山欲拂衣 다시 산을 향해 옷소매를 털고 싶구나.
<摩天臺韻 마천대 운>
但驚海闊與山崇 다만 바다 넓고 산 높음에 놀랐으니/誰識元初辦結融 누가 원초 신비로움을 깨달았을까/日月低垂氛翳絶 해와 달 낮게 드리워 끊어지고/靈仙游集瑞光叢 신선이 모여 노는 서광이 모인 곳/胷襟浩氣三杯後 가슴 속 호기는 석 잔을 마시니 높아지고/羽翼培風六月中 깃 날개 바람타고 유월에 오르네/矯首西雲無計往 머리 들어보니 서쪽 구름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因君豪句喜坡蒙 그대 좋은 글귀로 어둠을 깨쳤구려.
고려 후기 대문호인 이규보(1168-1241), 부안현감 심광세(1577~1624),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 등이 남긴 수십여 편 변산유람기와 그림이 남아있다. ‘실상사도 복원’하고 직소폭포 가는 중간 넓은 실상사 터 입구나 세 곳 중간 청림 삼거리에 퇴계 변산유람기와 번역 시비 및 동상을 세워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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