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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완하의 ‘거울 속의 고요’

  • 입력 2018.09.26 21:45
  • 수정 2018.09.2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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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고요

-김완하

 

가을 숲으로 난 길에는 거울이 하나 서 있었다 걸어오던 길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 거울 속의 고요를 눈여겨보았다

뚜벅뚜벅 걸어갔을 아버지의 발자국은 스미고 이어 내 발자국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아들의 손을 잡고 갈참나무 한 그루 쓸쓸히 잎을 비우고 있었다

싸리나무 한 그루도 가파른 제 어깨를 스스로 보듬어 안고 있었다 순간 숲의 풍경을 찢으며 흰 구름 한 자락 거울 속 고요를 맑게 지우고 간다

말채나무 채찍이 숲의 등짝을 후려 팬다 가없는 시간의 자맥질 속으로 어둠이 와 숲의 고요와 깊이를 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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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으로 가는 길목에 거울이 하나 버려져있습니다. 시인은 거울 속에 가을의 고요가 반사되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 고요를 들여다봅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갈참나무가 자고 있는 그 숲으로 쓸쓸히 걸어들어갑니다. 그 뒤에는 앙상한 제 뼈를 안고 있는 싸리나무가 서있습니다. 순간, 거울 속으로 흰 구름이 한 점 다가오더니 거울 속의 고요를 지우고 가버립니다. 가을의 고요가 언어 위로 투명하게 반사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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