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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달리는 흉기! 운전 중 DMB시청,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2012.05.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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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교통사고 원인으로 분류하는 '전방 주시 태만'에는 DMB 시청, 휴대전화 사용, 졸음운전, 방심·딴생각 등이 포함된다. '전방 주시 태만' 사고는 DMB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07년 12만건에서 작년 14만건으로 늘었으며,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1%에서 63.1%로 증가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지상파DMB 수신기(휴대폰 포함) 판매량은 4,203만대가 넘는데, 이중 880만대 가량이 차량 탑재용으로 추산된다. DMB와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나는 것과 전방주시 태만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는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전방 주시 태만의 원인 중 하나인 '졸음운전' 사고는 2007년 2,686건에서 2,526건으로 줄었으나, DMB 시청이 포함된 '기타 원인' 사고는 10만건에서 11만7,531건으로 늘었다. 전방주시 태만으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작년 3334명을 기록해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 수 5229명의 63.7%를 차지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전국 20~6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3%는 "DMB 운전이 위험하다"고 답했으며, 절반이 넘는 65%는 "차량에 DMB를 설치했다"고 답했다. 33%는 "실제 운전 중 자주 또는 가끔 DMB를 시청한다"고 답했다. 운전자 8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코리아리서치 자료를 보면, 응답자의 62%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법규를 지키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안전벨트 미착용(23.6%), 교통신호 위반(19%), 음주운전(18.1%)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의 대부분은 'DMB 운전'에 대한 위험도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3분의 1이 운전 중 DMB 조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운전자가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는 2초 동안 축구장 절반 거리인 55m를 눈감고 시속 100㎞를 주행하는 것과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의 만취상태보다 사고로 인한 중상 가능성이 4배 이상 높고 문자 메시지 전송은 사고 위험이 23배까지 높다고 했다. 

차량 출고시 장착돼 있는 매립형 DMB의 경우 주행속도가 시속 5㎞를 넘으면 영상 송출이 자동 중단되지만, 대부분 카센터나 자동차용품점에서는 고객들이 2만~3만원만 내면 20~30분 안에 주행 중 DMB 잠금 기능을 풀어 손쉽게 불법 개조가 가능하다.

지난해 4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동차 등 운전 중에는 DMB를 시청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들어갔지만 처벌이 빠진 훈시(訓示) 규정에 불과하다. 도로교통법은 제49조를 통해 '운전중 DMB 시청 금지'를 훈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위반해도 벌칙 조항이 없어 제재·처벌은 불가능하고 단속의 실효성도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 정부는 범칙금·벌금 등을 부과하는 조항을 마련했었으나 국회가 국민 정서상 강제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삭제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운전 중에 DMB나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면 최고 1,000파운드(약 184만원)의 범칙금을 물린다. 호주는 일시정지 중일지라도 DMB가 켜져 있으면 225호주달러(약 26만원)를 물린다. 주요 선진국들은 DMB 등 화상표시용 장치 작동을 엄격하게 단속해 처벌하고 있다. 미국(워싱턴DC 기준)은 100달러(11만원), 일본은 최고 7,000엔(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살인질주'인 운전 중 DMB 시청 등에 대한 벌칙의 법제화를 서둘러 철저히 제재·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말 기준으로 DMB 수신기 880만대가 차량에 탑재된 것으로 추산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벌점(15점)과 범칙금(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이 부과된다. 그보다 훨씬 위험한 DMB 시청은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은 달리는 흉기를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DMB 시청 등 전방주시 태만으로 한해 3,300명이 숨진다. '살인 질주'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 정비가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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