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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김민정의 ‘입추에 여지없다 할 세네갈産’

  • 입력 2018.10.30 12:14
  • 수정 2018.10.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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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에 여지없다 할 세네갈産 

- 김민정

 

구운 갈치를 보면 일단 우리 갈치 같지

그런데 제주 아니고는 대부분이 세네갈産

갈치는 낚는 거라지 은빛 비늘에 상처나면

사가지를 않는다지 그보다는 잡히지를 않는다지

갈치가 즐기는 물 온도가 18도라니 우아하기도 하지

즐기는 물 온도를 알기도 하고 팔자 한번 갑인고로

갈치의 원산지를 검은 매직으로 새내갈,

새대가리로 읽게 만든 생선구이집도 두엇 가봤단 말이지

세네갈,

축구 말고 아는 거라곤

시인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가 초대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세네갈,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도 시 좀 읽으세요 했다가

텔레비전 책 프로그램에서 통편집도 당하게 만들었던

세네갈,

수도는 다카르

국가는 ‘모든 국민이 그대의 코라와 발라폰을 친다네’

코라와 발라폰을 치며 놀라고 대통령이 권하는

놀라운 나라라니

세네갈,

녹색 심장의 섬유여

형제들이여, 어깨에서 어깨로 모여라

세네갈인들이여 일어나라

바다와 봄에, 스텝과 숲에 들어가라*

역시나 시인 대통령이 써서 그런가

보우하사도 없고 일편단심도 없고

충성도 없고 만세도 없구나

세네갈,

우리는 갈치를 수입하고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수출하고

마키 살 세네갈 현 대통령을 초청한 자리까지는 좋았는데

방한 기념으로 수건은 왜 찍나 왜 그걸 목에 둘둘 감나

복싱 하나 주무 하나 결국엔 한번 해보겠다는 심사인가

‘새마을리더 봉사단 파견을 통한 해외 시범마을 조성사업’

돔보알라르바와 딸바흘레, 이 두 마을이 성공했다는데

본 사람이 있어야 믿지 간 사람이 아니라야 믿지

재세네갈한인회 회장보다 부회장이 낫지 않을까

헛된 믿음으로 찍히고 말 발등이라면 재기니한인회,

재말리한인회 두 회장에게 속아보는 게 차라리 나을까나

세네갈,

갈치 먹다 알게 된 거지만 사실

갈치보다 먹어주는 게 앵무새라니까

세네갈産 앵무를 한국서들 사고 판다지

아프리카라는 연두

아프리카라는 노랑

아프리카라는 잿빛

삼색의

세네갈,

앵무새 앵에 앵무새 무

한자로 다들 쓰는데 나만 못 쓰나

鸚鵡

이 세네갈産

앵무야

 

 

*“녹색 심장의 섬유여 형제들이여, 어깨에서 어깨로 모여라 세네갈인들이여 일어나라 바다와 봄에, 스텝과 숲에 들어가라”-세네갈 국가 후렴 부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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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단에서 김민정 시인만큼 개성이 확실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시인이 또 있을까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소재나 누구나 다 알지만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들을 가져와 글을 써서 독자를 놀라게 만드는 작가, 그의 작품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 늘 긴장하며 읽게 됩니다.

“갈치를 수입하고” “새마을운동을 수출”하는 나라, 시인 대통령이 썼다는 “바다와 봄에, 스텝과 숲에 들어가라”는 아름다운 노랫말로 이루어진 국가(國歌)를 가진 나라, 아프리카 서쪽 끝에 있는 나라, 주변에 가봤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 나라, 세네갈은 그런 나라입니다. 아무리 봐도 작가는 세네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위해 이 시를 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새대가리”를 돌려 말하기 위해 세네갈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때 앵무새처럼 다른 사람이 써준 것만 읽을 줄 알던 대통령을 가졌었습니다. 그래서 2년 전 이맘때쯤, 우리는 아주 뜨거웠지요. 우리도 언젠가는 시 쓰는 아름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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