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儀式)·3
- 전봉건
나는 너의 말이고 싶다.
쌀이라고 하는 말.
연탄이라고 하는 말.
그리고 별이라고 하는 말.
물이 흐른다고
봄은 겨울 다음에
오는 것이고
아이들은 노래와 같다라고 하는
너의 말.
또 그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불꽃의 바다가 되는
시이트의 아침과 밤 사이에
나만이 듣는 너의 말.
그리고 또 내게 살며시 깜빡이며
오래
잊었던 사람의 이름을 대듯이
나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평화라고 하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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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한 목소리로 평화라고 불러보고 싶은 밤은 있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의 노래로 가득 채우고 싶은 밤이 있냐고 묻는다면, 크리스마스이브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말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쌀과 연탄과 별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온몸이 따뜻해집니다. 누군가에게 쌀이 되고, 연탄이 되고, 별이 되는 그런 말들이 쏟아지는 성탄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