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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스포츠
  • 기자명 이수한 기자

이만수 전 감독, 양요기를 통해 본 야구, 그리고 라오스

  • 입력 2019.01.17 10:29
  • 수정 2019.01.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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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이수한 기자=제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무엉탄 럭셔리 비엔티안 호텔은 비엔티안에서도 손꼽히는 명소입니다. 오늘 저는 여기에서 굉장히 소중한 인연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몇 개월 전까지 라오제이브라더스 야구센터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선수 양요기였습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도 했던 양요기는 지금은 라오제이브라더스 야구센터를 떠나 이 곳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양요기에게 이제 더 이상 야구는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양요기는 생계문제로 인해 직업을 갖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했으며, 그로 인해 아쉽지만 야구는 잠시 접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야구는 단순히 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실력 못지 않게 선수들의 정신자세(attitude)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입니다. 라오스 인들은 순박하고 정직한 심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익숙한 탓에 성실함과 근면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곤 했습니다. 또한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하거나 희생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라오스에서 야구를 전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이들에게 야구선수로서 정신자세를 바로 잡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같은 내용을 어색해했던 라오스 청소년들은 야구를 접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하나 둘씩 나보다는 남을 더 생각하고 전체를 위해 개인의 뜻을 접을 줄도 아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야구인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단순히 야구에만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이들의 성실과 근면함은 큰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양요기도 자신의 일터에서 매우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같은 양요기의 모습을 보면서 라오스에 야구를 전하는 일이 단순히 야구라는 스포츠를 전하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라오스에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많은 청소년들이 야구를 접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기 시작했고, 야구인으로서의 정신자세를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긍정적인 영향은 라오스 청소년들이 꿈을 갖게 된 것만큼이나 저에게는 놀랍고 큰 변화입니다.

생계문제로 좋아하는 야구를 잠시 떠나게 되었다는 양요기의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매우 가슴아프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양요기처럼 야구를 통해 얻은 성실과 근면함으로 사회에 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라오스의 청소년들이 늘어나게 되면, 생계문제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엘리트 체육의 기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이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생활체육의 저변도 마련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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