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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사회·세계
  • 기자명 이수한 기자

적십자, 삼양그룹의 후원으로 할머니와 손자를 향한 따뜻한 손길

  • 입력 2019.01.23 03:30
  • 수정 2019.01.2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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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이수한 기자=초등학교 3학년인 진형이(만 9세/가명)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 대신 손님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취재를 하러 가면서 준비한 과자를 예의바르게 받고 감사 인사를 하면서도 웃지 않는 진형이. 진형이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모에게 방임된 손자를 홀로 키우는 할머니

김순옥 할머니(만 73세/가명)는 6년 전 그 날만 생각하면 진형이 생각에 목이 멘다. 진형이가 만 3살이던 추운 겨울 날, 감기 때문에 열이 올라 누워있던 진형이를 뒤로한 채 며느리는 집을 나갔다.

주부였던 진형이의 생모는 어느 날부터 일하러 간다며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순옥 할머니는 형편도 좋지 않은 가정에 본인까지 함께 사는 것이 신경 쓰여 일을 시작한 며느리가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집안일을 전담했다. 그 날은 진형이가 감기에 걸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며느리와 마주쳤다. 며느리는 진형이와 동갑이라는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친구 아이라고 하더라고. 아니 자기 애가 아픈데 병원도 안 데려가고 일하러 간다고 나가더니 다른 애를 데리고 병원에 와 있으니 내가 얼마나 기가 차요.”

사실 순옥 할머니는 이전부터 종종 며느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무언가 배우러 간다며 시작된 외출이 잦아지더니 일하러 간다며 매일 나가게 됐다. 이웃에게서 며느리가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봤다거나, 다른 아이를 데리고 있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상했지만 아들 부부 사이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여 함부로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병원에서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며느리를 만난 날, 순옥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거냐?’며 화를 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며느리는 모아둔 돈 500만 원을 가지고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했느냐고,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냐고, 이제 어떡할거냐고 막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저도 덩달아 화를 내고 나를 밀치더라고. 그 때 저기 찬장 손잡이에 허리를 부딪쳐서 다쳤어요. 폐지라도 주워보려고 나갔다가 너무 아파서 꼼짝을 못 하고 있는데 누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들 잡아갈까봐 괜찮으니까 가시라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순옥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후 아들은 살고 있던 집 보증금을 빼 이사를 가버렸다. “몰라요. 어디있는지. 여기 어디 근처에 살고 있다고는 하는데, 다시 보고싶지도 않아요. 저 어린것만 혼자 남겨져 있으니 내가 키워야지 어떻게 하겠어.”

할머니의 짐을 덜어드리는 적십자

순옥 할머니는 사정을 알게 된 집 주인의 배려로 보증금 없이 월세만 30만 원 내고 살고 있다. C형 간염, 천식, 뇌경색 등으로 먹는 약만 한 보따리인 순옥 할머니는 일을 하지 못해 수급비와 노령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고마워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반찬을 한가득 만들어서 가져다주니까...” 적십자는 삼양그룹의 후원을 받아 매주 두 번 씩 순옥 할머니 댁에 밑반찬을 가져다드리고 있다. 적십자 봉사원들이 정성을 담아 직접 제작하는 밑반찬은 영양을 고려해 어육류와 채소류를 골고루 준비하고 있다. 1년에 4번은 특식으로 떡국, 삼계탕 등을 전달하기도 한다.

“손자 건강하게 먹일 수 있는게 가장 좋아요. 양도 많고, 맛도 있어서 진형이도 잘 먹어요.”라며, “사회에 좋은 일 한 것도 없고, 기부도 못 하는데 많이 도움을 받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준비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정성도 많이 들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적십자 봉사원들에게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매주 밑반찬을 들고 할머니 댁에 방문한다는 적십자 봉사원은 “할머니가 자세한 사정 이야기를 안 해 주셔서 저도 오늘 처음 이야기를 들었어요.”라고 눈물을 훔치며, “밑반찬 맛있게 드시고 계시다니 다행이고, 앞으로도 더 맛있는 반찬 많이 가져다 드릴게요.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약도 꼬박꼬박 드시고요.”라며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대한적십자사는 순옥 할머니, 진형이와 같은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아동‧청소년 가정과 홀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 그리고 이주민 가정 및 기타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통해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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