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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무웅의 ‘나무가 늙지, 꽃이 늙더냐’ 해설

  • 입력 2019.01.29 14:02
  • 수정 2019.01.29 14:04
  • 댓글 0

나무가 늙지, 꽃이 늙더냐

- 박무웅

 

지금도 피고 있을까

기울어져가는 초가를 환하게 받치던

그 백목련 한 그루

이 봄에도 발열發熱과

발진發疹으로 꽃망울 맺고

시고 떫은 여름을 생각하며

툭툭 농익은 향기를 떨굴 생각을 하며

지금도 피어있을까.

 

유년의 봄 날

삼십 리 밖 쓸쓸한 소나무집

훤칠한 처녀가

뽑아다 준 백목련 한 그루.

내 마음에서 뽑혀나간 구덩이 하나 남기고

환한 얼굴처럼 온통

봄을 쏟아내던

지금도 그 울타리를

두근두근 배회하고 있을까

 

무심히 걸어두고 떠나 온

네 번이나 강산이 변한 오늘

백목련 한 그루 아직도

훤칠한 얼굴로 피어 있을까.

 

보아라, 만인萬人들아

툭툭 주름 터뜨리며 나무가 늙지

꽃이 늙더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모든 것이 생명을 얻는 봄날의 고향, 닳아버린 겨울의 문턱 너머 오래된 “초가”의 문고리를 잡아당깁니다. 사방에 “꽃망울”들이 “발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툭툭 농익은 향기를 떨”구며 “기울어져가는 초가를 환하게 받치”고 있는 “백목련” 한 그루. 그 백목련은 “유년의 봄 날/ 삼십 리 밖 쓸쓸한 소나무집/ 훤칠한 처녀가/ 뽑아다 준” 것입니다. “환한 얼굴”로 “온통/ 봄을 쏟아내던” 그녀를 처음 본 그때부터 목련나무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한 세계를 품은 “울타리”가 소년에게 생겨났습니다. “시고 떫은 여름” 다 지나 소년은 어느새 노년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그 울타리를/ 두근두근 배회하고” 있습니다. “무심히 걸어두고 떠나 온” “훤칠한 얼굴”이 “지금도” 마음속에 피어있기 때문입니다.

 

- 최형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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