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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가림의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해설

  • 입력 2019.02.07 13:28
  • 수정 2019.02.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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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부재(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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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보면 인간은 티끌이나 다름없습니다. 인간은 아주 잠깐 이 광활한 우주 한구석에서 보이지 않는 미미한 존재로 살다가 떠납니다. 그러나 그 의미 없어 보이는 존재도 때로는 별이 되어 오래도록 한 사람이 가슴에서 빛을 내기도 합니다. 화자는 누군가를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 ‘막막한 벌판 끝’에서 별 하나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후, 그는 ‘먼 부재(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에 ‘일천 번도 더 입맞’추었다고 합니다. ‘모래알 같은 이름’ 혹은 ‘물방울 같은 이름’이라도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박고 사무치도록 그리워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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