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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지웅의 ‘소리의 정면’ 해설

  • 입력 2019.02.19 11:44
  • 수정 2019.02.19 11:45
  • 댓글 0

소리의 정면

- 박지웅

 

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 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쥐다 그만 놓쳐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세상에! 참 난감한 상황이네요. 우물길에 사는 아낙이 대낮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길 가다 뜻하지 않은 소리와 맞닥뜨리게 된 행인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인처럼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길가의 꽃들처럼 붉어진 얼굴로 발소리를 화분처럼 조심스럽게 안고 가는 행인의 마음 씀씀이가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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