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
- 김언
꽃들을 다 그리고도 남는 꽃들
나비가 앉았다 간 뒤에도 마저 흔들리는
나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애벌레 기어오르다가 슬몃 흘리고 간 애벌레
바람이 핥고 가고 햇볕이 남김없이
빨아들이고도 남는 햇볕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떨어지는 나뭇잎; 모두가 여기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이 연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 자란 뒤에도 더 자라는 뱀이 기어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떠난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꽃은 져도 꽃이 있던 자리는 남아있습니다. 나비가 떠나도 나비가 앉았던 자리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