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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안현미의 ‘곰을 찾아서’

  • 입력 2019.03.13 13:50
  • 수정 2019.03.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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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을 찾아서

안현미

 

나는 두 개의 가을과 한 개의 여름, 여덟 개의 아침을 지나왔습니다

두 마리 토끼와 한 그루의 미루나무를 만났고, 우주로 날아가는 케익꽃을 들고 애드벌룬처럼 부풀어올랐습니다

나는 아홉 개의 비밀과 네 개의 방을 훔쳤고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무서웠고 지혜로운 돌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와 한 그루의 미루나무와 우주로 날아가는 케익꽃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지혜로운 한 마리의 곰과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말들에게선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생겨났고, 동굴은 어둠까지 아름다웠습니다

시작합시다! 어느 날 지혜로운 돌은 침묵의 언어로 말을 걸었고

그날 두 개의 가을과 한 개의 여름, 여덟 개의 아침과 함께 나는 나를 지나갔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오래전의 나를 지나왔습니다. 내가 스쳐 지나간 몇 개의 가을과 몇 개의 여름, 몇 개의 아침과 함께 오래전의 나는 내가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내 안에는 대체 몇 개의 비밀의 방이 있기에 그 어리고 순수하던 내가 다 숨어버린 걸까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을 그리워하면서부터 내면에 깊은 아름다움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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