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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잡종·튀기’ 논란 정헌율 시장, ‘인권교육’ 어떨지?

  • 입력 2019.06.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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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6.25 69주년인 지난 25일, 익산시는 사상초유·전대미문前代未聞(들은 적이 없음) 정헌율 시장 ‘설화舌禍’로 전국뉴스를 타는 망신과 창피를 당했다. 신문과 방송, 포털, 유튜브에는 ‘잡종·튀기’ 발언과 이주여성 항의 집회 기사와 동영상으로 도배됐다.

다문화자녀를 ‘잡종(강세)’로 비유하거나 해명한답시고 “‘튀기’라 할 수 없어 (잡종이라) 말한 것”으로 밝혀 분노한 전국 이주여성의 익산시청 집회 및 회견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인을 ‘쪽발이’, 중국인을 ‘짱꼴라·때국놈’ 등 인종차별 용어는 무수하다. 전라도 사람을 ‘하와이·따블백’, 경상도는 ‘보리 문둥이’ 등 무수하다. 함경도 사람은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에서 싸우는 개),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산속 사나운 호랑이)나 맹호출림猛虎出林(숲에서 나오는 사나운 호랑이) 등 동물로 비유했다. 미군병사 위안부는 ‘양공주·양갈#’로, 이들 자녀는 ‘튀기’로 비하됐다.

이런 심한 비하발언이 익산시장 입에서 나왔다. 다문화가족 운동회에서 정 시장은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다문화자녀)를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취재하는 기자에는 해명한답시고 “‘튀기’들이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고 할 수 없어 한 말(잡종)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졸지에 사랑하는 한국남자와 합법적으로 결혼한 이주여성 자녀가 ‘잡종’·‘튀기’로 비하됐다.

어떤 다문화 한국인 가장은 “당장 도끼 들고 시장실로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분했다. ‘만민평등’과 국가·민족·종교·지위·계급을 망라해 동등하게 사랑하라는 ‘박애博愛’ 개념조차 모른다. “지위가 달라도 하는 일만 다를 뿐이지, 사람이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결여됐다. 시민이 위임한 자리에서 시민을 모독했다. ‘사퇴’ 요구가 거센 이유다.

순국하신 선열과 장병을 추모해야 할 6월 25일, 전국 이주여성이 ‘차별에 기반 한 다문화가족 자녀모독 정헌율 시장 규탄집회’를 갖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어떤 이주여성은 “시청 현관에 ‘청년이여, 무한 상상하라!’고 쓰였는데 우리 자녀들은 ‘청년’에 해당되지 않느냐”며 울분을 쏟아냈고, ‘진정성 없는 종이 한 장! 도둑 사과로 끝났다 생각마라!’, ‘다문화가족이 잡종이면 한국인은 순종이냐’고 적힌 플래카드 등을 흔들며 성토했다. 이들은 “다문화자녀가 ‘잡종’이며 잠재적 위험요소로 문제될 수 있으니 관리대상으로 표현했고,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심각한 차별·혐오 발언 인식도 못하며, 즉각 사과도 없었고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더욱 비하하는 단어(튀기)를 사용해 차별인식이 깊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체행동이 예고되자 형식적 사과문을 냈다며 당장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늦게 집회장에 나타난 정 시장이 “외국에서 다년간 다문화가족으로 살았다.”고 하자 “당신 자녀도 잡종이라고 듣고 살았냐?”는 수모를 당했다. “다문화사회를 제대로 인식할 인권교육을 받으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정 시장은 “일회성·면피성 사과가 아닌 진정성 있는 다문화정책을 발표하겠다. ‘다문화 1등 도시’로 만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분이 안 풀린 이주여성은 전주시 민평당을 항의 방문하자 도당은 백배사죄하고 ‘제명 검토’까지 보도됐다. 더민주와 정의당도 “인종차별 발언 석고대죄 하라.”는 등 성명을 발표했다.

익산참여연대는 최근 “정 시장 시민모독과 비하가 처음이 아니다.”라며 “‘농민이 계획성 없이 가을에 돈 받아 갖고 몽창... 겨울에 화투치고 다 날렸잖아요(16.4.)’, ‘이 자리에 오신 분(교육대상자)은 공부를 안 해서(농민대학17.03.)’, ‘공무원은 굴리면 된다.(16.04.)’며 농민과 공무원 비하도 서슴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말은 사람의 품격이다. 혀 밑에 도끼가 있다(설저유부舌底有斧)”는 충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폭감하는 인구감소에 시장 설화로 익산호가 산으로 올라간다. “입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다.”는 구시화문口是禍門을 되새기고 ‘인권교육’을 받아봄이 어떠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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