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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전북
  • 기자명 고재홍 기자

마지막 상록수 ‘김맹준’ 두레농장 대표

  • 입력 2019.09.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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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나전칠기’ 전문가가 고향산천에서 농장도 일구며 전주에서 가든도 운영하는 ‘마지막 상록수‘로 변신해 화제다. 특히 그는 장학금 기부와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쳐 박수를 받고 있다.

완주군 동상면 황조黃鳥 마을 김맹준(64)씨가 주인공. ‘황조=꾀꼬리’ 마을 이름처럼 동상면은 ‘전국 8대 오지’이자 ‘육지의 섬‘으로 고종임금에 진상했던 ‘고종시‘와 ’감식초‘ 등이 유명하다. 김 대표는 작고한 김종만 님과 현재도 건강한 이부열(84) 님 사이 장남으로 이곳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천지개벽해 전원주택이 무수하고 지가도 폭등했으나 당시 가난한 산골이었다. 부친은 그가 9세에 작고해 모친의 고생으로 오늘의 그가 있단다. 학창시절과 병역의무도 마친 김 대표는 25세까지 어머니를 도와 벼와 담배를 재배했다. 농사가 전망이 없자 익산공단에서 3개월 근무하다 쉬는 사이 전주 중앙동 가구거리에서 나전칠기 가구를 납품하는 사장을 만났다.

엄청 고가이던 나전칠기 가구는 나무를 자르고 조각하는 목수부(조각부)와 칠을 하는 칠부, 자개를 붙이는 자개부로 나뉘었다. 힘 좋고 열성적이어 남보다 훨씬 일을 잘하자 그는 몇 달이 안 돼 나전칠기 업계 인정을 받게 됐다. 전영숙(62)씨와 결혼도 한다. 훗날 전주 진북동에서 4-5년 나전칠기에 종사해 돈도 상당히 벌었다.

세상물정에 밝던 분이 “나전칠기는 아파트 보급 등으로 사양산업이 될 것”라고 하는 말을 들은데다 경기도 나빠지자 전업한다. 전주 중앙시장에 가게를 내고 목공예품과 밥상 등을 팔아 단독주택도 마련했다. 사업확장을 위해 산림조합에 매장을 개설하고 전국에 납품도 했다.

그러나 영원한 승승장구는 없었다. 여의도 광장 1만평에 나전칠기 전국제품 전시판매를 할때 김 대표도 부스를 얻어 꾸미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구 등을 전주에서 싣고 전시하는데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오픈 전날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많은 사람이 죽자 국민 관심이 ‘성수대교 붕괴’로 몰려 전시판매는 죽을 쑬 수밖에. 덮친 격으로 송천동 B아파트 지하 200평을 임대해 가득 채워 놨던 가구 등이 상수도 배관파열로 물에 잠겨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가?” 억대 돈도 떼였다. 2-30억대 돈이 순간에 사라졌다. 김 대표에 IMF는 97년이 아닌 94년이다. 아파트 한 채만 남았다. 아파트를 처분해 아중리 땅 130평을 임대해 가건물을 짓고 대형 포장마차에서 삼겹과 대통밥, 숯불구이를 했다. 장사가 잘되고 노동부 구내식당 백반공급도 3년 간 했고 빚도 다 갚고 아이들도 잘 자라줬다.

이곳에서 십 수 년을 장사해 살만하니 2013년 10월초, 부인이 뇌출혈로 쓰려졌다. 90% 사망이나 반신불수 진단을 받았으나 일산 B병원까지 가 수술로 살았지만 의사의 실수로 우측 눈이 실명했다.

장사를 할 수 없자 아중리 업소를 철거하고 2년을 쉬다가 2015년 고향에 귀농을 결심하고 집을 짓고 사들였거나 임차한 밭에서 상당량 농사를 짓게 됐다.
이곳에서 그는 온갖 작물을 재배한다. 부인 건강도 좋아져 2016년초 모래내에 옻닭과 백숙, 오리주물럭 음식점도 개업했다. 매입한 1층은 음식점, 2층은 살림집이다. 김 대표는 업소에 무공해 농산물을 공급하고 남는 농산물은 친구나 지인과 나누기 위해 매일 모래내에서 고향으로 차를 몬다. 자녀도 잘 자라줘 딸은 유명 직장에 다니고 아들은 모친을 도와 음식점을 운영한다.

“게으름은 최대 적이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빛을 본다”는 믿음을 가진 그는 모친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건강도 챙긴다. 그는 동상면에 따지 않고 놔두는 감나무 소유주와 협의해 곶감도 만들 계획이다.
모임 백양회白羊會를 근거로 장학금과 연탄배달 등 봉사에도 적극적인 김맹준 대표는 “고생만 시킨 부인 건강회복이 최대 희망이다”고 말한다. “‘두레 두레’ 모여 귀농·귀촌인과 영농조합을 구성해 하루가 상큼하며 행복을 만드는 삶속에 즐거움이 가득한 희망찬 마을이 되도록 고향산천에서 농촌사업을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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