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박준
빛 하나 들여보내는 창(窓)이면 좋았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시절에 만났다 네가 피우다만 담배는 달고 방에 불 들어오기 시작하면 긴 다리를 베고 누워 국 멸치처럼 끓다가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정도의 글귀를 생각해 너의 무릎에 밀어 넣어두고 잠드는 날도 많았다 이불을 개지도 않고 미안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지난 꿈 얘기를 하던 어느 아침에는 옥상에 널어놓은 흰 빨래들이 밤새 별빛을 먹어 노랗게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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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에는 광장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창, 방안, 옥상…… 그리고 “같이 살아야 같이 죽을 수 있다”고 외치는 젊은 연인들이 있을 뿐입니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그들에게는 작은 옥탑방이 우주이자 광장입니다. 그곳이 세상의 중심입니다. 이 소박한 연인들에게서 “사람이 새와 함께 하는 방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임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