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리앗 중국’을 이긴 ‘다윗 홍콩’
[칼럼] ‘골리앗 중국’을 이긴 ‘다윗 홍콩’
  • 고재홍 기자
  • 승인 2019.11.2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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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홍콩香港은 ‘붉은 콩’이 아니다. ‘쾌락이나 즐거움을 누렸을 때’. “홍콩 갔다 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나 ‘향기로운 항구’나 ‘향의 항구’ 의미다. 주강珠江의 달콤한 물이나 구룡반도 공장에서 나오는 향, 혹은 ‘붉은 강’ 뜻도 있다. 1,104km2 면적에 730만이 거주한다. 605㎢에 973만 서울 두 배 면적이나 중국 959만㎢에 비하면 1/일만 안팎 ‘콩’만 하다.

농어촌이던 홍콩은 청나라가 1842년 1차 아편전쟁에 패배해 영국에 할양됐다. 2차 세계대전 일본 점령만 빼고 1997년 중국에 반환될 때까지 150년 영국 통치가 계속됐다. 국민소득은 6만6천 불로 북유럽과 비슷한 세계 최고다. 오랜 영국 통치로 개인을 중시하고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집단적 애국과 민족주의 성향 본토와는 판이하다.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표방하고 반환됐으나 중국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대륙과 마찰은 예견됐다.

올 4월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 ‘송환법’을 추진한다.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치 않은 국가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이다. 홍콩 반체제 인권운동가를 대륙에 인도하는 데 악용 우려가 있다며 법안 제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 행정장관은 9월 초,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으나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는 물론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강경 진압 독립적 조사,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를 계속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riot)라며 강경진압 했고, 시위대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임을 위한 행진곡’를 광동어로 개사해 부르며 투쟁을 이어갔다. 민주화를 위해 군사반란 세력과 처절히 싸웠던 광주민주화운동과 비슷하다. 이에 동조하는 국내 학생 대자보를 둘러싼 중국 유학생과 마찰도 생겼다. 표면상 강제진압된 것처럼 보였으나 11월 24일 452명 구의원 선거에서 홍콩인은 47% 투표율로 146만이 참여한 2015년보다 훨씬 높은 294만 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 71.2% 투표율을 기록하고 범민주 정당이 86.7%인 392석을 차지해 압승했다. 현 친중파가 327석에 범민주 진영 118석으로 18개 구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을 일거에 뒤집었다. ‘콩알’이 ‘대륙’을 이겨 ‘골리앗을 이긴 다윗’에 비유된다. 행정장관 직선제 등 ‘우산 혁명’ 미완의 과제실현을 위해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행정장관은 1200명 선거인단 간접선거로 치러지는데 구의원 몫으로 117명 선거인단에 포함되지만 1/10도 안 돼 이번 승리만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홍콩 민심이 현재 지역구 35석과 직능대표 35석으로 구성돼 친중파가 장악한 내년 9월 입법회 선거까지 미치면 입법회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반환협정 당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합의했으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4년 선거위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홍콩인은 그해 9월 말부터 직선제 관철 ‘우산 혁명’ 시위를 한 바 있다.

이번 구의원 선거는 왕서방 ‘차이나 머니(달러)’를 앞세워 지구촌을 휩쓰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에 일대타격一大打擊이다.” “위대한 중화민족을 부흥시킨다.”는 ‘중국몽中國夢’이 무색하다. 대만인도 중국과 통일은 무차별 강압 통치로 이어진다는 인식으로 독립 열망이 커지고, 한국인까지 적화통일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깊어졌다. 티벳과 내몽고, 위그르족 등 소수민족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5억 인구와 엄청난 경제력 때문에 대부분 나라들이 입을 다물지만 역사성이 전혀 다른 소수민족이다. 민주주의 원조국인 영국 통치를 경험한 자유 민주주의 ‘홍콩’에 일국일제를 주입 시키려는 대륙 중국이 곤욕이다. 천안문 시위를 진압한 ‘적토마’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홍콩’은 맘대로 못한다. 홍콩은 ‘붉은 콩’이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하고 세계와 연결된 ‘향기로운 홍콩’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이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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