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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덕주의 ‘또 다른 생’ 해설

  • 입력 2019.11.26 17:11
  • 수정 2019.11.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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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생 / 이덕주

 

  백 년 전, 입안에 삼킨 울음을 뱉지도 못한 채 또 걷는다. 환승으로 가는 도시를 향해 한 발을 뗀다. 경전을 왼손에 옮기며, 탁발승의 다리를 떠나지 못한다

  탁발을 끝낸 빈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어디서 왔는지. 버림받았다는 몸을 버리지 못하는 건, 너의 생이다.

  귀를 막아도 발목을 끄는 소리, 탐험을 좋아하던, 익숙하지 않은 그의 자리를 차지한다. 나의 다리는 숲에서 나와 도시를

  떠돈다. 이 도시에서 그의 흉내를 내는 입술이 거리를 메운다. 라마 경전을 손에 든 탁발승의 환승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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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철학적 물음은 오랜 세월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질문입니다. 거기에서 진화의 계통을 밝히는 과학이 나왔고, 거기에서 존재론이 나왔고, 종교가 나왔습니다. 시인은 배고픈 탁발승이 막 비워낸 그릇을 보며 인생과 윤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탁발승의 빈 그릇을 가득 채웠던 음식은 순식간에 배고픈 탁발승의 뱃속으로 옮겨갔습니다. 탁발을 끝내고 나자 달그락 소리를 내는 빈 그릇이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결국, 인생이란 누군가에게 빌려 온 시간으로 잠시 나를 채우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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