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칼럼>박원순 시장이 극복할 것들

  • 입력 2011.10.30 13:26
  • 댓글 0

객원논설위원 이 상 용

세계 소비시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까다로운 소비자는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이용하여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상품을 먼저 선보이고 한국인들의 ‘빗발 같은’ 클레임을 개선하면서 다른 여러 나라의 시장에 내놓으면 성공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의 기발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을 오히려 벤치마킹 한다고도 한다.

한국인들의 극성스런 이런 성향이 드디어 정치에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시민 운동가가 기존 정당에 입당하여 당선된 사례는 희소하지만 간혹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처럼 무당파 신분으로 당선된 경우는 세계 선거에서 거의 없었던 것 아닌가 여겨진다.

대학교수와 연예인 등 변화를 바라는 자발적 지지자들이 SNS 인증샷을 날리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시하는 행위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건강성마저 엿보인다. 적어도 서울시민들은 연고 투표를 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시를 투표 행위를 통해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맛 없고 불친절한 음식점을 인근 직장인들이 그 음식점 이용 안 하기 운동을 벌임으로써  ‘개념 없는’ 음식점 주인을 굴복시키는 것과 같다. 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얕잡아 보다 용기 있는 한 소비자의 클레임에 백기를 드는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번에 기성 정치인들이 겉으로만 살짝 국민들을 위하는 적 하다가 정통으로 한방 먹는 모습이 통쾌하기조차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한국사람들의 예사롭지 않은 행위에서 보듯이, 박원순 시장에게도 사람들이 곧 동일한 잣대로 냉혹한 평가를 내리려 할 게 틀림없다.

박원순씨의 충성 지지자들은 안 그런지 모르지만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중도 투표자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 때문에 박원순을 찍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불만을 갖고 있을 것 같다. 그들의 불만은 오로지 팍팍한 살림살이, 일자리 부족 등 경제 문제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언론들은 박원순 승리로 박근혜 대세론은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이에 박근혜 의원은 원래 대세론은 없다고 응답했다. 맞는 얘기다. 한국인들은 이회창 의원을 두 번이나 낙선시키고 김대중, 노무현을 뽑았다. 대세론을 섣불리 얘기하는 이들은 훈수 두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일 뿐이다. 정치를 진지하게 해온 박근혜 의원이 정말로 대세론에 안주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박근혜 의원이 대세론을 믿지 않는 것처럼 박원순 시장도 이번 승리에 자만할 사람이 아닐 거라고 본다. 그는 30년 넘게 시민운동가로 가시발길을 걸었다. 그런 일을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힘들었을 게다. 그의 말마따나 대기업들로부터 협찬 받는 것은 실력이다. 이런 걸 시비 거는 것은 여당답지 못했다. 좋은 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훨씬 많다. 그런 곳으로부터 많은 기부를 받아 투명하게 사회적 약자들에게 잘 쓰면 칭찬할 일이다.

박원순 시장에 바라기를, 임기 동안에 자신의 30여 년 시민운동의 경험을 공무원들의 교묘한 현실론과 핑계에 휘둘리지 말고 다 쏟아주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 때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경제 문제에 있어서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할 만한 혁명적 개혁론자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국민들은 이럴 바엔 더 혁명적인 박원순, 안철수 같은 인물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직업인도 죽기를 각오하고 현재의 일에 혼신을 쏟으면 반드시 그 진심이 하늘에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보통 사람들이 갈망하는 건 경제 문제임을 박 시장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한해 20조원의 예산을 쓰는 서울시장이면 경제의 방향을 틀 수 있다. 사업을 하는데 자본이 많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잖은가, 옳은 비전과 방향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아주 적은 예산으로도 엄청난 변화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