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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전북
  • 기자명 고재홍 기자

강혜련 시인, ‘가을의 거울 앞에서’ 시집 발간

  • 입력 2019.12.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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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따뜻한 풍요와 인생 관조 엿보여

 

[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공직생활로 퇴직한 여류시인이 고향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세 번째 시집을 발간해 화제다. 특히 6남매 장녀로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혼자 세월을 보낸 시인은 익산 용안 100년 된 고향 흙집을 개조해 살며 육체적 아픔을 정신으로 승화시킨 무려 59편 주옥같은 시를 담아 시단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강혜련 시인은 ‘편지 속에 창포 꽃잎을 따 보낸 이야기‘라는 최초 시집을 1993년 펴냈다. 익산역에 근무하며 시를 써온 강 시인은 2006년 두 번째 시집, ‘꿈꾸는 장미‘를 발간했다. 여기에 담긴 ‘벼랑에 핀 꽃’이라는 시는 힘들었지만 성실히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는 듯한 시로 넉넉한 자세를 잃지 않는 강 시인 자화상 같은 시로 평가받았다.

그녀가 퇴직한 이후, 필자는 익산역을 갈 기회가 없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하러 오세요.”라는 푸근한 강 시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랑방처럼 들렸던 역이 서울을 오갈 때나 이용하는 육중한 문명의 이기로 바뀌었다.

강 시인과는 이따금 통화만 할 뿐 만날 기회가 없었다.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도움도 되지 못했다. 용안 집과 도심 아파트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혜련 시인이 13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발간했듯, 다시 13년이 흐른 2019년 10월 59편 가슴 절절한 시를 3부 128페이지 책갈피에 담아 세 번째 시집으로 드러냈다. 원숙한 강 시인처럼 따뜻하고도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부는 요즘 강 시인 시집에 ‘가을의 거울 앞에서’를 보면 ‘거울 앞에선 누님’ 같은 푸근하고 달관한 마음이 물씬 느껴진다.

강 시인은 ‘시인의 말’이란 머리글에서 “가을의 그 잎새마다 빈손이어서 봄은 또 다른 잎새를 피워낼 수 있으리라! 거울 앞에서 부끄러운 빈손은 또 다른 나를 데려올 수 있으리라!”고 썼다. “좋은 작품을 쓰려 최선을 다했으나 부족함은 여전하다“고 겸손함을 보이는 강혜련 시인은 푸르름을 간직한 잎새가 여전하다. 그녀가 흩뿌린 잎새는 모친과 동생뿐 아니라 전북 시단에도 풍요로운 거름이 돼 또 다른 녹음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 오롯이 건져 올린 인문학적 생활사의 접근법’이란 윤형돈 시인(문학평론가)은 강 시인의 ‘슬픈 9월의 정오’에서 ”44세 (지인의) 심장마비 요절을 담은 시에서 현대인이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이웃을 돌아보며 위로하는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을 바란다고 평가했다. 특히 강 시인의 ‘간병일기 3‘에서는 게장과 국수를 먹고 싶다는 어머니를 밤새 간병 하는 효녀 시인 눈에 노년의 모친은 쓸쓸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헤르만 헤세와 박목월 전집을 사서 달달 외우며, 노천명의 ’사슴‘ 시를 좋아한다는 강 시인은 정작 자신이 고고함과 외로움 속에서도 꿈을 잊지 않는 ’사슴‘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윤형돈 평론가는 “그녀의 ’시인의 사랑‘이란 시에서 헤르만 헤세가 구름을 사랑하듯 누군가를 사랑했다고 쓰여있다”며 “헤세는 구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그네 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떠도는 구름이 시인의 시심을 불러일으켜 주었을 것”이다고 논평했다.

강혜련 시인은 익산 태생으로 1990년 계간지 ‘장르’에 등단했고, 국제PEN클럽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전북여류문학회회원, 참여문학 글맛회원, 숙명여대 세계여성문학관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1998년 한국예총익산지부 공로패 수상, 월간 ‘문학세계’가 선정한 ‘이 땅을 빛낸 문인들’에 선정되는 등 많은 활약상을 보였다. 강 시인의 ‘가을의 거울 앞에서’는 전국 유명서점에서 판매된다.

“잎새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의 거울 앞에서~(중략) 인생의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의 오솔길을 바라보며 나에게 전해줄 것이 없는 빈손은 왠지 민망하고 허전하다.”로 시작되는 ‘가을의 거울 앞에서’가 요즘 정서를 대변하듯 시집 속에 소담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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