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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김예강의 ‘발푸르기스의 밤’ 해설

  • 입력 2019.12.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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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르기스의 밤 / 김예강

 

  푸른 보자기를 하나씩 덮고 자던 도시의 밤이 있다 보자기의 네 귀를 누구든 팽팽히 잡아당기고 있어야 했다 한 쪽이 결리는 어깨가 있었다 한 사나이는 밤새 의심을 한다 귀와 귀 사이 별을 떼 내다 잠이 든다 별 하나를 떼 내면 별 하나가 새로 돋는 밤 오늘밤 날지 못하면 영원히 날지 못하리* 새해 첫날 접시를 깨뜨린 후 깨진 접시 조각을 지붕 위에 깐 적이 있다 누군가를 밤새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달의 귀들이 자라서 붉은 항아리가 되는 밤이 있다 폭죽이 터지는 붉은 밤 바닥은 뿔이 났고 새의 귀들은 커졌다 꽃이 검은 옷을 입었던 밤이 있다 붉은 해가 삼일 밤을 기웃거렸다

    * 뮤지컬사춘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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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르기스의 밤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마녀들의 축제입니다. 발푸르기스의 밤이 되면 마녀들은 한자리에 모여 악마와 회담을 갖고 난잡한 밤의 파티를 연다고 합니다. 밤새 불을 밝히고 먹고 마시며 흥청거리는 도시의 밤은 발푸르기스의 밤을 닮아있습니다. 매일 밤, 악마들과의 축제가 열리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온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그들은 불면증을 지병처럼 달고 살아야 합니다. 해가 기웃거리는 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마냥 귀가 예민해진 채 뒤척이는 사내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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