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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박준의 ‘삼월의 나무’ 해설

  • 입력 2020.01.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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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나무 / 박준

 

불을 피우기

미안한 저녁이

삼월에는 있다

 

겨울 무를 꺼내

그릇 하나에는

어슷하게 썰어 담고

 

다른 그릇에는

채를 썰어

고춧가루와 식초를 조금 뿌렸다

 

밥상에는

다른 반찬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아직 세상을

좋아하는 데에는

 

우리의 끝이 언제나

한 그루의 나무와

함께한다는 것에 있다

 

밀어도 열리고

당겨도 열리는 문이

늘 반갑다

 

저녁밥을 남겨

새벽으로 보낸다

 

멀리 자라고 있을

나의 나무에게도

살가운 마음을 보낸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듯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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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설 연휴가 지나면 곧 2월입니다. 꽃소식은 듣지도 못했는데,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부터 들려와서 몸도 마음도 자꾸만 움츠러드는 요즘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을 보내고 나면 삼월이 옵니다. 쌀쌀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때가 삼월이지요. 곧 새싹을 맞을 준비를 하는 삼월의 나무들은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하기만 합니다. 암울한 소식이 들리는 이때, 아직 세상을 좋아할 이유가 남아있다면 언제나 봄이면 돌아와 꽃을 피워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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