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집 / 이영춘
댓돌 위에 신발 한 켤레
그린 듯 누워 있다
지붕 위에서 놀던 햇살이 자박자박 걸어 내려와
몰래 신발을 훔쳐 신어보고 달아난다
조그만 쪽창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눈가 있을까
궁금한 낮달이 기웃거리다 그림자 남기고 돌아간다
쪽마루 밑에 숨어 지켜보던 들고양이, 냉큼
댓돌로 뛰어 올라가 방안을 들여다본다
거기, 마른 새우 등처럼 웅크린 어머니가
홀로 관(棺)으로 드는 길,
그 길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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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다리는 독거노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동심의 눈으로 훔쳐본 작품입니다. 이 시는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가볍지만 섬세하고도 예리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서 읽다 보면 마음이 아파집니다. 이제 1인 가구라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혼자 살다가 혼자 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아파도 들여다봐줄 이가 낮달과 햇살과 들고양이뿐이라면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을 것 같아 슬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