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총선 ‘짝짓기’, 복잡한 한국정당사

  • 입력 2020.02.17 15:34
  • 댓글 1

[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작명가는 한문에 해박하거나 천문·지리·풍수 등을 연구해 아이나 회사·상점 이름을 지어 주며 보수를 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유능한 작명가도 한국 정치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초등학교나 유치원도 입학을 못할 수명의 주요 정당이 명칭 바꾸기를 반복한다. 그 인물이 그 인물인데 옷과 이름만 바꾼다. 여야·진보·보수 따로 없다. 정당이 잘 나갈 때는 그대로이나 정치적 상처를 입거나 선거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꾸기를 반복한다. 심지어 창당등록도 안 하고 신고만 한 채, 명칭을 바꾸거나 다른 정당에 합류한다. 4년 전 엄청나게 나뉘었던 정당들이 몇 개로 통합돼 총선을 치루더니 4년 내내 분할과 통합, 이혼과 재결합·재이혼,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계속하더니 총선 직전, ‘통합시대’다. ‘따로국밥’ 보다 ‘짬뽕’으로 뭉쳐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봄철 짝짓기 계절이다. 만들었다 부수고 쪼개고 합칠 때마다 그럴듯한 정당 명칭을 앞세워 작명가가 울고 갈 정도다.

2016년 4월, 총선 3개월 전에도 더민주(문재인), 국민의 당(안철수), 국민회의(천정배), 통합신당(박주선), 신민당(박준영), 민주당(김민석), 정의당, 무소속, 칩거파(손학규·정동영) 등등 범야권이 “온갖 꽃이 어지럽게 피고 많은 사람이 각기 주장을 펴는”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 상태로 ‘부스booth(노점·매점·점포) 정당’ 시대였다. 총선 직전, 통합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2016년 총선에는 21개 정당이었는데 올 2월 11일 기준 ‘39개 정당’이 등록됐고, 창당준비위 결성신고 정당도 별도 25개로 사상최대다. ‘룸room(안방) 정당’ 시대다. 호남 성향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바대민)이 합친 ‘민주통합당’이 추진되더니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호남3당 창당은 구태 회귀”라며 합당 추인을 거부했다.
 
어제 동지가 적으로, 오늘의 적이 내일은 동지로 변화무쌍하다. 실컷 이혼하더니 재결합 한다고 법석이다. 과거 이혼했던 정치인들이 상견례 직후 안면몰수도 다반사다.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배신을 ‘손바닥 뒤집듯 여반장如反掌’인 정치꾼이 순진무구한 처녀처럼 새정치를 한다며 통합 운운한다. 살모사殺母蛇처럼 섬뜩한 정치인도 많다. 추종하던 정치인이 인기가 좋으면 메인테이블에서 만면에 웃음 가득하다가 인기가 급락하면 잽싸게 종적을 감추거나 배신과 변절이다. 구분십열九分十裂로 표현키 어려울 만큼 무수한 정당이 생겼다 사라진다.

한국정치사를 공부하는 학자나 학생들만 곤욕이다. 한국정당을 거론하려면 칼럼 10편으로 부족하다. 부스정당이나 룸정당처럼 창준위 신고만 하고 등록을 안 하거나 등록해도 짧으면 수명이 수개월에 불과한 정당을 합치면 50편으로도 부족하다. ‘한국정당 명부 대사전’을 편찬할 때다. “마구 뒤섞여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는 복잡다단複雜多端이다. 해방 후·족보에 오른 주요 정당만 250개 안팎이다. 더민주당은 2015년 12월 출범했으니 만4년을 넘었고, 자유한국당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인 2017년 2월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꿔 창당했으니 만3년이다. 집권당과 제1야당이 유치원 들어갈 나이도 안 됐다. 자유한국당은 좋은 명칭을 놔두고 새보수당(유승민)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으로 17일 출범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있다. ‘바대민’ 호남성향 ‘민주통합당‘은 손학규 대표 반대로 기로에 부닥쳤다. 안철수는 선관위가 ‘안철수신당’과 ‘국민당’을 불허하자 ‘국민의당’으로 출범한다. 4년 전과 명칭은 같고, 인물은 바대민 추진세력으로 양분 혹은 3분됐다. 2016년과 달리 더민주는 집권당이고, 안철수 인기도 판이하며, 대권주자 급 인물이 없는 ‘바대민’도 얼마나 힘을 쓸지 모른다.

1951년 창당한 ‘자유당(이승만)’은 4.19로 간판만 유지하다가 이듬해 5.16 직후, 국가재건위 포고령에 의해 해산돼 수명 10년이다. ‘민주공화당(박정희)’은 1963년 창당돼 80년 10월 신군부에 의해 해산돼 수명 17년이다. 1967년 2월 창당된 ‘신민당’은 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산돼 수명 13년이다.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창당해 2012년 2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꿔 수명 15년이다. 미국·일본·유럽선진국은 뿌리 깊은 정당이 많으나 대한민국은 정강정책이나 이념이 아닌 인물이나 선거, 정변으로 정당이 급조됐다 사라졌다. 20년 역사 정당이 없다.

같은 이름 다른 정당(동명이당同名異黨)도 많다. 1980년대 ‘민정당’은 신군부가 1981년1월 창당한 민주정의당 약칭으로 집권당이나, 1960년대 ‘민정당’은 5·16 군사정부가 63년 기성 정치인 해금조치로 윤보선 전 대통령과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등이 만든 정통야당이다. 가장 많은 ‘동명이당’이 ‘민주당’이다. ‘신한’이나 ‘통일’, ‘평화’나 ‘통합’ 및 ‘새천년’, 혹은 ‘더불어’란 수식어를 붙인 민주당도 있다. 1995년 DJ는 정계복귀 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다. 대통령 시절 총선을 앞두고 “천년을 가자.”고 출발한 ‘새천년민주당’은 탄핵에 가담해 4년만인 2004년 총선에서 몰락했다. DJ와 JP, 허경영씨가 각각 4번을 창당해 가장 많이 창당했다. 지난해 8월 창당한 국가혁명배당금당은 허경영씨가 창당했다.

말로만 ‘국민’이나 ‘민생’이다.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며, 노욕·노추를 넘어 노망이 거론되는 정치인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확고한 국가관’을 가진 ‘부패와 무능과 관련 없는 정치인’이 많이 선출되기 바란다. 여기에 지역과 주민, 민생을 챙기는 정치인이면 금상첨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