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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주환 기자

"아무나 못들어가는" 세종시, 위기상황에서 드러난 '불통' 바이러스

  • 입력 2020.02.25 18:31
  • 수정 2020.02.26 10:05
  • 댓글 16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권위주의, 소통포기, 시대착오

김주환 기자

[내외일보] 김주환 기자 = 오늘(25일)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77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가 급증하며 전국의 지자체가 그야말로 비상이다. 

'위기'상황에서야 비로소 '본래'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이말을 그대로 세종시에 적용해 본다면 필자가 본 세종시의 '본래' 모습은 '불통'과 '권위주의'다.  

지난 24일 세종시 행정부시장은 코로나19 관련 3차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세종시와 세종시 소재 대학들이 방학을 마치고 대거 입국하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해 어떠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행정부시장은 '자가격리'라는 '뜻뜻미지근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실질적인 선제적 조치는 없다는 뜻이다.

이후 필자에게 더 이상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브리핑은 끝이 났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필자는 행정부시장을 직접 찾아갔다. 중국 유학생의 유입에 대한 위험성은 인지를 하고 있는지, 또한 혈기왕성한 대학생들로 형성된 자취촌에서 '자가격리'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조치인지,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질문에 대한 답은커녕, 인격적인 모욕감만 얻어 돌아왔다.

행정부시장실에 출입하기 위해선 부속실을 통과해야 하는데, 중요한 질의 사항이 있으니 1~2분만 이야기를 나누자는 필자의 요청을 부속실 직원은 단칼에 거부했다. 

그리곤 그 직원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튀어나왔다.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참 들어보기 힘든 표현이다. 시민위에 군림하던 군사 독재 시절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 어렵다는 시험을 합격한 6~7급 공무원들을 앉혀놓고 커피 심부름이나 시키며, 귀찮은 소통은 애초에 차단하고, 자신만의 철옹성을 쌓고자 만든 관문이 부속실인가?

내 세금이 그렇게 쓰였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백번 양보해 관례상 그렇다 치자.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기자와의 면담 1~2분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럴 때일수록 현장과의 소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소통의 중심에는 언론이 있음을 행정부시장도, 그 부속실 직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소통'과 '현장'을 그렇게 외쳐대면서 실상은 출입기자 조차 대면할 수 없는, 꽉 막힌 '권위주의'가 필자가 본 세종시 공무원의 본 모습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과는 반대로, 한편에선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인이 개발한 백신이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거나, 일본에서 개발한 치료제의 도입을 검토한다는 등의 기사를 보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세종시에 여전히 만연한 '불통' 바이러스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무서울 정도로 막막할 따름이다.     

 

"나는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 토마스 제퍼슨 (미국 제3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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