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사설>의사노조 결성, 국민 정서에 공감받을 수 있나

  • 입력 2012.07.16 16:04
  • 댓글 0

의료비 정찰제인 포괄수가제(包括酬價制)에 반대하며 수술 거부에 나섰다가 철회한 대한의사협회가 이르면 9월 중 의사 노조를 결성하기로 했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28일 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전국 전공의 결의대회’에서 의협이 나서서 지역·직능별로 전공의 노조, 전문의 노조, 교수 노조를 결성하고 개별 노조가 연합한 전국 의사 노조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10만여명 중 개업의 등을 제외한 취업 의사는 4만명 정도다. 2006년 인턴·레지턴트 과정의 전공의 1만7,000명이 ‘대한전공의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의사 노조로는 처음 출범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노 회장은 주 100시간 근무하며 병원으로부터 ‘값싼 인력’ 취급을 받는 전공의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며, 의사권리 보호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서 의사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전공의가 약점이 없고, 주장의 근거가 떳떳하며, 사회 기득권층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노 회장은 의사들의 파업이나 진료거부에 대해서 “다른 직업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면 인권인데, 의사가 말하면 사회혼란을 부추긴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은 진료거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 노조 설립은 합법이지만 ‘파업’은 의료법 상 불법행위로 규정돼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취업 의사들은 근로자 성격이 있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수 있고, 노동3권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의료법에 따라 진료 거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파업은 할 수 없지만, 전공의들이 현재 주 100시간 근무를 하는데 40시간만 근무하는 등 준법투쟁은 가능하다고 했다. 노조가 현실화 될 경우 진료공백 사태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의협의 노조결성 선포는 포괄수가제 등 민감한 쟁점을 놓고 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전공의 집단행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구상’으로 해석 된다. 노 회장은 의사 노조를 11월 전까지 만들어 대선정국에서 표를 통한 힘을 과시해 정치권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꼼수로 보인다.

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의협의 대표로서 그가 회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하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과연 국민의 정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간파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의사들이 전문의가 되기까지 인턴 1년에 전공의(레지던트) 3~4년을 거치는 기간은 근무시간을 비롯해 힘겨운 세월이다. 미국은 주당 근무시간 상한선을 8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는 것은 의협회장으로선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노회장이 ‘전공의가 대형병원의 진료 차질을 일으킬 수 있고,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회적 혼란을 단번에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이 전공의’라는 글을 올려 노조결성을 부추기는 것은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 처우 개선은 기존의 전공의협의회가 병원 경영층이나 정부와 대화를 통해 개선책을 찾는 과정이 있다. 의협이라면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1만 7,000여 전공의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봉직의의 급여는 국내 여타 근로자에 비해 결코 비관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병원이나 의원에는 그보다 더 낮은 임금에 장시간 근로하는 사회적 약자 직군이 많다. 의사들이 더 많은 것을 쟁취하겠다며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가 어려워 보인다. 의사들이 노조를 구성하고 협상의 무기로 파업 수단까지 동원하게 되면 의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교육 수준이나, 소득 수준이나 보통 국민들보다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 의사들은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를 통해 의료 정책 형성 과정에 깊이 참여해왔고, 자기들의 뜻을 홍보할 수 있는 의사협회나 전공별 의사회를 갖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 의사 출신도 8명이나 된다.
 
전문 의료지식을 갖추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존경과 신뢰를 받는 직업이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인술의 시혜자로서 사회 지도층이자 상징적인 고소득 상위 직군에 속한다. 그런 의사들이 노조 활동에 나서는 것은 국민 정서와 너무 거리가 멀다. 의사들의 처우와 근무여건을 내세우기에 앞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수많은 환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