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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단 등지는 선생님들, 명퇴신청 교사 급증

  • 입력 2012.07.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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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신청 교사가 급증하고 있다. 올 8월 말 명퇴신청 교사들은 지난해 8월 592명보다 30% 늘어난 769명이다. 교직에 회의를 느껴 62세 정년을 채우지 않고 학교를 떠나는 교사가 크게 늘고 있다. 교사 명퇴는 매년 2월과 8월 두 차례 있고, 재직기간 20년 이상 정년이 1년 이상 남았으면 신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 50대 위주의 명퇴 연령도 40대로 확산되어 지난 2월 공립학교 명퇴 신청자 중 40대는 약 5%, 8월에는 9%로 급증했다. 명퇴 신청자는 2009년 2,963명, 2010년 3,660명, 2011년 4,217명으로 계속 늘어 올해에는 지난 2월 신청자만 3,517명에 이른다. 8월 집계가 마무리되면 연간 명퇴신청 교사가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724명) 늘어난 것이다. ‘자녀가 교사가 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도 2007년 53.8%에서 올해 23.9%로 크게 줄었다.

한국교총이 지난 5월 전국 초·중·고 교사 3,2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명퇴 증가 원인이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94.9% 였다. 그 중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가 70.7%에 달했다. 이처럼 명퇴 신청이 크게 늘어난 데는 이전보다 교원 평가가 많아지고 특히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진 환경으로 분석된다. 한국교총이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의 교원 3,27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81%)이 “교직에 대한 만족도와 사기가 최근 1~2년 사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체벌 금지’와 ‘인권조례’가 시행된 2009년부터 명퇴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서울교육청은 초·중·고 학생 150여명을 각 학교에서 뽑아 교육청 연수원에서 하루종일 학생인권조례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학교마다 학생지도에 숱한 비극이 빚어지고 있다. 50대 교사가 담배를 피운 학생의 발바닥을 5대 때렸다가 부모에게 고소를 당했다. 수업 중 무단 외출하다 걸린 중학생이 붙들려와 교사에게 욕설과 폭언으로 위협하고, 교장실에 불려가서는 “네가 교장이면 다냐, 나는 학교 그만두면 돼, 야! 교장 너 밤길 조심해!”라고 폭언하며 캐비넷을 발길로 걷어찼다. 강원도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자기애를 학급반장 시켜주지 않고, 수련회 때 휴대전화를 수거한 것을 따져 여교사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폭행을 했다. 서울 한 중학교에서 A학생과 급우들간의 싸움을 말리는 여교사를 A군이 욕설을 하며 폭행했다. 수업시간 엎드려 잠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왜 깨우느냐?”며 폭언을 해 봉변을 당했고, 그 학생의 학부모까지 “잠을 잘 수도 있지, 뭘 그걸로 뭐라고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중학교 B(50)교사는 “휴대폰을 압수했는데 학생이 자기 휴대폰을 몰래 가져가 놓고 교사를 골탕먹이기 위해 ‘휴대폰 없어졌으니 물어내라’고 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식의 잘잘못을 가리지 못하고 제 자식만 감싸는 부모들은 자식의 장래를 망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부모가 가정에서 자식들에게 옳고 그름을 어떻게 가르치겠는가.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떻게 정의와 불의, 합법과 불법을 가릴 수 있겠는가. 학생들에게 매맞는 선생님들은 몸도 마음도 멍들어 교단을 등지고 싶어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막된 태도와 폭행으로 교권이 추락하고 교사들 사기가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학부모가 욕설과 폭행을 해도 학교와 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책임추궁 당할까봐 학부모 뜻에 따라 합의를 하거나 꾹 참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수사기관에 넘겨봐야 벌금형 이상 처분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학교에 찾아가 교사 머리채를 잡고 폭행한 학부모를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했는가 하면, 경기도 시흥 중학교에선 학부모가 자기 아들에게 머리가 길다고 꾸중하는 교사를 폭행했다. 이 교사는 한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는 바람에 근무를 제대로 못해 승진에도 탈락했지만, 학부모는 벌금형으로 끝났다.

법원이 2008년 교사 얼굴에 뜨거운 차를 끼얹고 폭행으로 중상을 입힌 학부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것은 예외적인 사례다. 미국에선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곧 퇴학이며, 학부모가 교사폭행하면 경찰이 체포해 간다. 법원은 학부모의 교사 폭력에 대한 엄한 처벌 기준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교육은 우리의 장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에 있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이끌어 갈 교단과 교권이 확립돼야 한다. 교사를 사회적으로 교육자로서 자존심을 살려주고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미래 인재교육이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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