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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강인한의 ‘검은 달이 쇠사슬에 꿰어 올린 강물 속에’ 해설

  • 입력 2020.05.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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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달이 쇠사슬에 꿰어 올린 강물 속에 / 강인한

 

은빛 서걱이는 강변에

바람부는 갈밭, 검은

달이

에드벌룬처럼

기나긴 쇠사슬 끝에 매여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갈대는 여기저기서

단칼에 허리가 꺾인다.

허리 아래 드러난

복두장이의 피묻은 너털웃음이

비비꼬여 달아난다.

쇠사슬을 절컥이며 절뚝절뚝 달아난다.

 

검은 달이

쇠사슬에 꿰어 올린 강물 속에

앙금으로 남은 귀엣말

시퍼렇게 녹이 슬려 인양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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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이 작품은 5.18 한 달 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문학도 일종의 기록이라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은 문학적 가치에 더해 역사적 가치까지 지니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오랜 독재를 “기나긴 쇠사슬”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을 “검은 달이/ 쇠사슬에 꿰어 올린 강물”로 형상화했습니다. 강렬하고 선명한 이미지들을 통해 자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억압하려는 권력 사이의 긴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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