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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이성복의 ‘서시(序詩)’ 해설

  • 입력 2020.06.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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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허름한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고단한 떠돌이 인생에게도 저편의 아름다운 사랑이 있습니다. 비록 맞은편 골목의 그 사람은 이쪽을 바라볼 것 같지 않아도 화자는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끝없이 바라보고 그 주변을 맴돌며 때로 그 이름을 목놓아 부를 것입니다. 저편의 “당신”이 끝끝내 화자인 “나”를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말입니다. 닿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가 바로 사랑이고, 시이고,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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