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내외일보

'담합 공화국’소비자 피해 매년 3조원

  • 입력 2012.07.31 13:58
  • 댓글 0

서민층의 끼니 해결과 저소득층이 주식(主食)처럼 애용하는 유일한 식품인 라면 값 담합으로 서민들의 등을 쳐 10년동안 1조5천억원을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털어갔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발표가 지난 3월에 있었다. 이번에는 공정위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74건의 담합을 적발했다. 과징금 부과로 인해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계산해 본 결과 약 1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공정한 경쟁으로 거래되었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을 사업자들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이 그만큼 바가지를 썼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매년 3조원의 피해를 본 것이다.

‘담합’된 사업자들의 상품들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애용하는 ‘국민식품’이나 다름없는 라면값을 비롯해서 자장면값, 부동산 중개업소, 자녀들의 교복값, LPG, 생활용품 등 부지기수로 많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담합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지금 금융가에는 은행들의 담합문제로 폭풍전야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금리 체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감사원이 밝힌 ‘금융권역별 감독실태’에 따르면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를 내리기는 커녕 오히려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올리는 수법으로 고객을 등치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학력에 따라 대출 및 금리에 차별을 주는 등 온갖 부도덕한 행태가 드러났다. 공정위의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로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올 징조로 보인다. 이런 관행이 10여년간 지속했다면 피해액이 16조원을 넘고 피해자는 1천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본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은행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CD금리 조작으로 금전적 손해를 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송 신청을 이번 주부터 접수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그동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 CD금리 조작 의혹을 공정위가 조사한 것을 계기로 집단소송을 준비했다”면서 “이번 주부터 피해자 접수로 집단소송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은행권의 CD 금리 조작으로 대출자들이 연간 1조6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집단소송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공정위는 34건의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2조6,000억원에 이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담합 관련 매출액의 15~20% 정도를 소비자 피해액으로 추산하는데, 지난해 적발된 34건의 담합과 관련된 기업 매출액이 총 17조103억원에 이른다. 

담합이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경제에 독과점 구조의 고착화에 기인한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제조업 업종별 상위권 3개사의 시장점유율 평균치가 2002년 48%에서 2009년 55%까지 상승했다. 독과점이 심화될수록 몇몇 기업만 짜도 담합이 쉽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 경제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경쟁, 시장 규칙 준수, 이윤 극대화의 3가지 원칙 가운데 오로지 이윤 극대화만 강조한 나머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탈법적인 수단도 가리지 않는 행태가 담합으로 쉽게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한국 경제가 정부 주도로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법의 범위를 넘는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규칙에 업계가 따르다 보면 담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기업들에 만연한 담합 관행은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까지 국제시장에서 담합이 문제가 돼 외국 정부에 벌금을 많이 낸 상위 10개 세계 기업 리스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4개가 포함돼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며 자축 분위기를 만끽했다. 하지만 담합에 따른 부당한 거래 결과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탐리탐욕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등치는 악덕기업의 반사회적 중범죄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관계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 당국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그동안 뭘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놓치면 후회할 이시각 핫이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