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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재홍 기자

[칼럼] 격포항 ‘인어공주’와 빨간 장미를 든 ‘이매창’

  • 입력 2020.07.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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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호남]고재홍 기자=군산해양수산청이 발주한 ‘격포항 아름다운어항 공사’에 입방아가 그치지 않는다. 무려 “123억여 원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은 물론, 조잡한 ‘덴마크 인어공주 상’이나 이매창(1573~1610) 시비 및 ‘매창 상’은 입지부터 황당하다.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던졌다던 ‘임당수’라는 격포에서 위도 중간 ‘임수도’ 바다가 지척인데 심청 시설은 없다. 온갖 색깔 퍼즐 같은 치마에 빨간 장미꽃을 머리에 꼽고 손에 든 채 등대 가는 길목에 세워진 매창 상으로 매창을 노류장화路柳墻花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1573년(선조 6) 부안현 아전 이탕종 딸로 태어닌 ‘매창’은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으로 계유년에 태어나 계생이라고도 했다. “이화우 흩뿌릴 제~”로 유명하며 춤과 가야금·거문고 등 다재다능한 시인으로 연인이던 천민 출신 시인 ‘유희경’ 및 ‘직소폭포’와 함께 ‘부안 삼절’이며 황진이·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이다. 1668년 구전되던 매창 시 58수를 모아 개암사에서 간행한 매창집이 있을 정도로 수백 년간 그녀 시와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각광을 받아 왔다. 당대 허균과 유희경 등이 그녀를 기리는 시를 남겼을 뿐 아니라 근대에도 정비석·가람 이병기 등이 매창을 시로 칭송했다. 부안군은 1983년부터 매창 묘를 “도 기념물 제65호 지정문화재”로 관리하며, 묘소 일대를 시비 등이 세워진 매창공원으로 조성한데 이어 2차로 매창테마관을 포함한 매창테마공원을 확장·조성했다.

부안읍 진산인 성황산(상소산·서림산)에는 매창이 당대 시인묵객과 거문고를 연주하거나 시를 지었던 곳에 매창 시비 등이 세워졌고, 영정제작도 했다. 부안문화원은 매년 매창문화제도 개최한다. 서울 도봉구는 매창이 유희경에 바친 “이화우 흩뿌릴 제~”와  “그대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 보고 오동나무에 비 뿌릴 제 애가 끊겨라.”라는 유희경 답시를 도봉산에 시비로 세웠다. 유희경이 임란에 의병을 일으킨 공로로 종2품까지 올랐고, 도봉서원 창건 때 총책임을 맡았으며 말년에 도봉서원 인근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인물을 기리는 시설물은 ‘시간·장소라는 역사성’이 중요하다.

덴마크 동화작가로 ‘인어공주’를 쓴 ‘안데르센’이 ‘글을 쓰며 살던 집’도 북유럽 관광명소이고, ‘인어공주’ 상도 코펜하겐 항구 랑겔리니 공원에 세워졌다. 인어공주 상 전체가 사람 키만 할 정도로 실망을 금치 못했으나 지구촌 관광객이 몰려 사진 찍을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지척에 <바다의 여신 동상>이 인어공주보다 훨씬 크고 멋있는데 인어공주에 치여 가는 사람이 없다. 이것이 바로 역사성이다. ‘만리장성을 이집트에 세우고, 피라미드를 중국에 세운다.’고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 아니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이 그만큼 무서운 거다.

변산반도는 허균의 홍길동전과 심청전 무대로 알려졌다. 허균은 공주 목사 파직 후, 우반동 선계골 정사암에 머물렀는데 정사암은 최초 한글소설 ‘홍길동전’ 집필 장소로, 위도는 율도국으로 전해진다. 상서면 고인돌로 도화마을은 심봉사(심학규)와 심청이 살았다는 ‘도화동’이며,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임당수’는 임수도로 전해온다. 격포항여객터미널 안내판에도 기록됐다.

그런데 심청 상은 없고 빨간 하트를 쥔 ‘덴마크 인어공주 상’이 조잡하게 세워졌고, 격포항에 총천연색 퍼즐 형태 치마를 입은 매창이 빨간 장미를 머리에 꼽거나 손에 든 채 세워졌다. 부안 문화계인사들은 “매창과 관련 없는 격포항에 심청이 아닌 매창 시비 등을 설치한 것도 문제지만 매창을 졸지에 노류장화로 만드는 천박성을 면치 못했다.”고 한탄한다.

어구창고 330㎡(100평)·화장실 109㎡(33평)에 화장실 정비 76㎡ 등 건축·설비에 무려 5억6200만원이 들어가는 등 총 123억여 원이 들어간 ‘격포항 아름다운 어항’ 공사에 의구심이 증폭돼 누차 상세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군산해수청 관계자는 “설계 등은 본부에서 하고, 군산청은 공사만 했을 뿐”이라며 차일피일한다. 격포항 등대 길목에 빨간 장미꽃 매창 상만 설치된 것을 알면 매창과 심청이 지하에서 한꺼번에 통곡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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