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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마경덕의 ‘물의 입’ 해설

  • 입력 2020.09.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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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입 / 마경덕

 

돌멩이를 던지는 순간

둥근 입 하나 떠올랐다

파문으로 드러난 물의 입

잔잔한 호수에 무엇이든 통째로 삼키는 거대한 식도(食道)가 있다

 

물밑에 숨은 물의 위장

찰나에 수면이 닫히고

가라앉은 것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물가에서 몸부림치던 울음을 지우고 태연한 호수

 

계곡이며 개울을 핥으며 달리다가

폭포에서 찢어진 입술을 흔적 없이 봉합하고

물은 이곳에서 표정을 완성했다

물속에 감춰진 투명한 찰과상들, 알고 보면 물은 근육질이다

 

무조건 주변을 끌어안는

물의 체질

그 이중성으로 부들과 갈대가 번식하고 몇 사람은 사라졌다

 

물의 얼굴이 햇살에 반짝인다

가끔 허우적거림으로 깊이를 일러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잔잔한 물의 표정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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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화창한 날, 물의 얼굴에 비치는 잔잔한 표정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됩니다. 물에게는 보이지 않는 입이 있기 때문입니다. 잔잔한 얼굴에 돌멩이를 던지는 순간숨겨져 있던 둥근 입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지요. 게다가 물의 위장은 얼마나 큰지 사람 하나 꿀꺽 삼키는 건 일도 아닙니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삼킨 적도 많답니다. 말하자면, 물은 무엇이든 통째로 삼키는 거대한 식도를 가진 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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