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안상학의 ‘빌뱅이 언덕 권정생’ 해설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안상학의 ‘빌뱅이 언덕 권정생’ 해설
  • 내외일보
  • 승인 2020.09.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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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권정생 / 안상학

 

별 보는 산 빌배산에서도 가장 낮은 언덕이어서

가장 먼 별을 올려다보는 빌뱅이 언덕

그 산 그 언덕이 바람막이 선

버들치 시냇가 옴팡진 땅 오막살이집 한 칸

 

그보다 더 높은 집은 상여를 넣어두는 곳집

그보다 더 낮은 집은 강아지들이 거쳐 갔던 집

그사이 바람벽 어디쯤 노랑딱새가 살던 집

 

세상 가장 낮은 빌뱅이 언덕에서도 내려다봐야 하는

앵두나무와 키 재며 선 오막살이집 한 칸

집주인에게는 그 언덕이 세상 가장 높은 하늘이었다

 

일흔 생애 끝 그는 가장 현실적인 하늘로 돌아갔다

빌뱅이 언덕에 뿌려진 뼛가루 권정생 별자리 그의 새집

지붕도 바람벽도 담도 울도 없는 오막살이집 한 칸

가장 낮은 언덕이 그에게는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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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은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객지를 떠돌며 가난과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다 안동 작은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 정착해서 종지기가 되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에도 그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평생을 검소하게 살다가 어린이들을 위해 유산을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한 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그의 육신의 보금자리는 가장 낮은 곳, 빌뱅이 언덕 허름한 오두막이었지만 그의 영혼의 보금자리는 저 높은 곳에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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