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 우대식
중경에서 장가계 가는 길
허름한 시골집
할머니와 발바닥이 빨간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전깃불도 없는 현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없이
끝없이……
저 먼 협곡가로는
길고 하염없는 길을 예쁜 처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가을의 협곡은 조금씩 붉어져
삼림을 물에 담고 흐르다가 하얗게 사라진다
모든 것은 사라져
어둠만이 커다란 짐승처럼 소리 지를 때
싸우면서 만년을 살아온
너와 내가
오늘은 비를 맞고 대륙의 한가운데 서 있다
너와 나는 너와 나인가
중경삼림에서
가을을 보내며
내 생각에도 단풍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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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지 마을에 가을이 옵니다. “할머니와 발바닥이 빨간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전깃불도 없는 현관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할머니는 사랑스러운 듯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아이의 말에 끝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을의 협곡은 조금씩 붉어져/ 삼림을 물에 담고 흐르다가 하얗게 사라”지는데, 아이의 종알거림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시인의 마음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