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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우대식의 ‘중경삼림’ 해설

  • 입력 2020.11.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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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 우대식

 

중경에서 장가계 가는 길

허름한 시골집

할머니와 발바닥이 빨간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전깃불도 없는 현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며 끝없이

끝없이……

저 먼 협곡가로는

길고 하염없는 길을 예쁜 처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가을의 협곡은 조금씩 붉어져

삼림을 물에 담고 흐르다가 하얗게 사라진다

모든 것은 사라져

어둠만이 커다란 짐승처럼 소리 지를 때

싸우면서 만년을 살아온

너와 내가

오늘은 비를 맞고 대륙의 한가운데 서 있다

너와 나는 너와 나인가

중경삼림에서

가을을 보내며

내 생각에도 단풍이 들었던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중국 오지 마을에 가을이 옵니다. “할머니와 발바닥이 빨간 손녀딸이 의자에 앉아/ 전깃불도 없는 현관 앞에서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할머니는 사랑스러운 듯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아이의 말에 끝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을의 협곡은 조금씩 붉어져/ 삼림을 물에 담고 흐르다가 하얗게 사라지는데, 아이의 종알거림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시인의 마음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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