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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유홍준의 ‘북천’ 해설

  • 입력 2020.11.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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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 / 유홍준

계명지(鷄鳴池)

 

 

닭 울음을

운다는 저수지가 있어 북천에

나는 그 저수지 둑 위에 서서 일렁거리는 물비늘을 들여다보네

작은 돌멩이 두 개를 주워 힘껏 던져본다네

닭 울음을 운다는

저수지가 있어

북천에

어린 딸의 손을 움켜쥐고

그 저수지 속으로 걸어 들어간 여자가 있어

저수지는 푸르고 저수지는 깊고 저수지는 내가 아무리 돌을 던져도 꿈쩍도 않는 저수지

사람의 얼굴을 물거울에 비추면 붉은 닭이 어른거린다네 그 닭 자꾸만 저를 잡으라고 유혹한다네

닭 울음을 운다는 저수지가 있어

북천에

나는 오늘도 그 저수지 한 바퀴를 돌며 생각하네

죽어도 죽지 않고 저 저수지 바닥에 살고 있는

북천의 닭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대한민국은 자살 공화국입니다. 사업에 실패해서, 일자리를 잃어서, 시험에 떨어져서, 연탄을 피우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고, 물속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일이 옛날이라고 다르지 않았는지, 전국의 오래된 저수지 중에는 억울하고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 많습니다. 바람 부는 밤이면 저수지에서 죽은 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는 흔하게 접하게 되는 서사입니다. “닭 울음을 운다는 저수지인 계명지(鷄鳴池)도 그런 저수지 중의 한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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