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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최형심 시인

[최형심의 시읽는 아침] 구상의 ‘그리스도 폴의 강 1’ 해설

  • 입력 2021.02.16 16:22
  • 수정 2021.02.17 11:00
  • 댓글 0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 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黃金)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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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 시인
최형심 시인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자욱한 안개에 싸인 아침 강에서는 이 세계와 피안이 구별되지 않습니다. 속세와 피안의 경계를 지운 그 세계를 채운 것은 허공입니다. 그 속으로 나룻배가 지나갑니다. 백양목 가지 위의 새 한 마리, 하얀 모래, 맑은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고기떼, 그 위로 부서지는 황금 햇살……. 태고의 신비를 품은 강 앞에 서면 누구라도 신선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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