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 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黃金)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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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자욱한 안개에 싸인 아침 강에서는 이 세계와 피안이 구별되지 않습니다. 속세와 피안의 경계를 지운 그 세계를 채운 것은 허공입니다. 그 속으로 나룻배가 지나갑니다. 백양목 가지 위의 새 한 마리, 하얀 모래, 맑은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고기떼, 그 위로 부서지는 황금 햇살……. 태고의 신비를 품은 강 앞에 서면 누구라도 신선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